카페와 음악

Image by Takatoshikun from Pixabay

음악이 흐르지 않는 카페를 보신 적이 있나요?

적어도 나는 없다. 음료를 주문할 때에도, 포스 옆의 스툴에 앉아 커피를 기다릴 때도,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도, 카페에는 늘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카페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그들이 제공하는 ‘카페에서 듣기 좋은 곡 모음’ 같은 전략적 플레이리스트를 돌리기 시작한 이후로,

‘아, 이 곡!’

하게 되는 경우가 거의 사라져 버렸다. 신경을 쓰며 이어지는 곡들을 유심히 들어봐도 내가 아는 곡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음악이라면 누구한테 지지 않을 만큼 많이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자존심에 상처를 받고 말았다. 혹시 카페에서 플레이되는 음원은 비밀 작곡 공장 같은 곳에서 전략적으로 생산되는 것은 아닐까?


‘자, 마이클. 빨리 시작합시다. 한 시간 정도 중복 없이 플레이할 곡들이 필요해요.’

‘앉아서 1시간 이상 죽치는 사람도 있지 않나요? 노트북 같은 것을 앞에 놓고요.’

‘그런 사람은 대부분 헤드폰을 끼고 자신이 원하는 곡을 들어요.’

‘학원 간 아이들 기다리는 엄마 모임은 어쩌고요? 보통 2~3시간은 기다리는 것 같던데…’

‘그런 사람들은 서로 신명 나게 떠드느라고 음악 같은 건 신경 안 쓴다고요. 이봐요. 오늘 처음이라 궁금한 게 많겠지만, 우리가 이거 하루 이틀 하는 게 아니니 시키는 대로 곡이나 찍어내라고요! 벌써 밤 1시잖아! 한번 설명할 테니 잘 들어요. 곡은 우선 밋밋해야 돼요. 하던 일을 멈추고 ‘이거 너무 좋은데?’ 하게 될만한 곡은 탈락입니다. 빌보드에 올라가면 연봉 삭감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물론 너무 나빠도 안됩니다. ‘음악이 거지 같아서 여긴 안 와야겠어.’ 할 수 있으니까.’

‘좋은 건 괜찮지 않나요?’

‘남자 친구와 같이 방문했는데 자신에게는 관심이 없고 음악에만 집중한다는 항의가 꽤 자주 접수되고 있다는 걸 알려드려야겠군요. 그리고, 악기를 많이 쓰지 마세요. 장르는 포크나 컨트리풍이 좋아요. 멜로디 라인에 고음을 얹어 보컬을 돋보이게 하지 마세요. 가수가 누구냐고 포스에 물어보는 것에 진절머리가 난답니다. 참, 드럼은 쓰지 마세요. 사람들이 머리 울려서 싫어하니까. 기승전결도, 싸비도 필요 없어요. 식탁 표면처럼 밋밋하게 ‘이 곡은 클라이맥스가 없네’하는 소리조차 안 나오면 베스트, ‘곡이 언제 바뀌었지?’ 하면 보너스 챙겨드립니다. 자~ 빨리 가보자고요.’


설마 이런 건 아니겠지. 옛날에는 카페마다 주인이 좋은 스피커를 준비해 두고는 자신만의 초이스로 채운 플레이리스트를 종일 플레이시켰다. 은근히 손님들의 반응을 기대하던 사람들도 꽤 있었겠지. 나도 음악이 좋으면 쪼르르 포스 앞으로 가서 ‘이거 누구 음악이에요?’ 하고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John Mayer의 ‘Back to You’(이 곡은 ‘Room For Squares’에 수록된 곡으로 싱글 커트되지도 않았다.)도 홍대 앞의 한 카페에서 듣게 되었는데, 그 이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 올려두고는 종종 꺼내어 듣곤 한다. 그 대머리 주인아저씨 아니었으면 나는 평생 이 곡을 몰랐을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로 가끔 옛날 푹신한 의자에 푹 잠겨 음악을 듣던 낡은 카페가 그리워질 때가 있는데, 그렇다고 깔끔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싫다는 건 아니고…

아빠, 엄마 다 좋다는 이야깁니다. 그냥 그렇다고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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