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Discover 지에서 ‘어떤 게 오싹한가요?'(‘What makes a creep?’)라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이 기사는 사람들을 소름 끼치게 하는 행동이나 외형에 대한 논문*을 바탕으로 써졌는데, 나름 재미있게 읽어서 소개하고 싶어 졌다.(세상에는 생각보다 이상한 논문이 꽤 많다)
이 기사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오싹함을 느꼈던 행동(혹은 외형)에 대한 반응을 종합하여 순위를 만들었는데 이게 꽤 재미있었다. 그중 최고의 점수를 받은 으스스한 행동은
서로 상호작용을 하기 전에 빤히 바라보는 것
인데, 사실 모르는 사람이 빤히 바라보는 건 꽤 무섭긴 하다. 길이라도 물어보면 몰라도, 아무 말도 안 하고 쳐다만 본다면 정말 섬뜩할 것만 같다. 물론 대부분은 ‘이 사람이 과연 길을 잘 알까?’ 하는 외형에 기반한 능력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주목당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어디를 찔러 훅 보내버릴까?’하고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까.
2위에는 우리 할머니들의 전매특허 기술인 ‘대화하는 도중에 터치 하기’가 랭크되어 있고, 그 외에도 ‘성적인 내용으로 대화를 유도하는 것’,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는 것’ 등이 있었다. 7위에는 조금 특이하게도 오싹하게 만드는 ‘외형’의 특징이 꽤 상세하게 제시되어 있었는데, 조금 살펴보자면
기름기 있는 머리
다크서클
튀어나온 눈
입술을 자주 핥는 것
기묘한 웃음
단정하지 못한 머리
긴 손가락
이상하게 옷 입기
등이 그것이다. 이 항목은 조금 억울할 수 있는 게, 본인이 노력해도 고칠 수 없는 것이 꽤 있기 때문이다. 외모로 옥죄는 건 좀 너무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 뒤에도 ‘사람의 눈을 절대 쳐다보지 않는 것’, ‘나보다 엄청 나이 많은 경우’, ‘감정에 대한 표현을 거의 안 하는 것’, ‘개인사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늘어놓는 것’, ‘엄청 마른 것’ , ‘자신의 감정을 너무 많이 표현하는 것’, ‘키가 큰 것’, ‘털이 많은 것’, ‘상황에 비해 너무 빼입은 것’ , ‘팔짱 낀 것’ 등이 죽 나열되어 있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뭔가 좀 이상하다. 빤히 쳐다보는 것은 무섭지만 보지 않는 것도 싫고, 감정 표현을 안 해도 소름 끼치지만 너무 감정적인 것도 두렵다니 대체 어쩌라는 겁니까? 물론 디테일하게 상상해보면 모두 소름 끼치긴 하지만, 신경 써서 항목들을 들여다보면 그냥 사람은 다 무섭다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 외에도 ‘소름 끼치는 직업’ 순위에는 ‘광대’가 부동의 1위. 다음으로 ‘박제사’와 ‘섹스숍 주인’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고, ‘소름 끼치는 취미’에는 ‘물건 수집’, ‘관찰(새 혹은 아이 사진..)’ 등이 나열되어 있었다. 가장 황당했던 건 ‘그 사람들이 자기가 소름 끼치는 걸 스스로 알고 있나?’ 하는 질문이었는데,
- 네(8.6%)
- 아뇨(59.4%)
- 그걸 내가 어찌 아나?(32%)
가 그 결과였다. ‘네’ 혹은 ‘아니오’로 답한 약 70%의 사람들은 소름 끼치는 사람들에게 직접 그 내용을 물어봤다는 건데, 그게 가능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거기에 굳이 ‘네’라고 답한 사람은 또 뭐죠? 물론 그중 일부는 스스로가 소름 끼치는 인물이어서 쉽게 답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이상한 질문에도 성실히 답변해 준 피실험자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이 질문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며칠 전 스타벅스에 갔다가 받았던 설문이 떠올랐다.
OOOO 년 O월 O일 O요일에 방문하신 스타벅스 압구정 로데오역점을 방문하셨습니까?
시간 때우기 용으로 꽤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막상 이런 연구에 내 등록금이나 세금이 쓰인다면 엄청 짜증 날 것 같다.
* ‘On the nature of creepiness’ – Francis T.McAndrew / Knox colle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