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별 생각이 없었어요
후배와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그녀는 남자친구가 그다지 절실하지는 않다고 했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나름 편하거든요.’
하지만 주변 친구들과 이야기하다가 정신이 문득 들었다고 한다.
‘아이는 너무 좋아하니까.’
그런 이야기는 주변에 흔하다. 아이를 너무 좋아해서 결혼하고 싶다는 그런 이야기. 우선 나는 아이가 왜 좋은 지부터 공감이 안 된다. 아이는 함께 논리적으로 대화가 불가능한 존재잖아? 게다가 막 운다. 드라마 주인공처럼 예쁘게 흑흑 우는 것도 아니다. 마치 고라니처럼 울어 젖힌다. 게다가 내 아이라면 더 심각하다. 못생기거나 공부를 못할 수도 있다. 그런 건 원죄처럼 평생 가져가야 한다. 부담스러워라. 생각만 해도 고민상자가 등에 턱턱 쌓이는 느낌.
‘그래서 빨리 남자친구를 사귀어야 할 것 같거든요.’
하지만 그녀는 남자를 만나기 위한 노력을 – 내가 아는 한은 – 전혀 하지 않는다. 나는 그녀에게 좀 더 활동적으로 남자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라는 조언을 했다. 동호회를 나가든, 등산을 가든 뭐든 해야 한다고 말이다.
‘모르는 사람들하고 만나는 게 안 편해요.’
남자친구도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이다.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 저는 사랑이 전부인 사람이라고요.’
남자친구도 모르는 사람에서부터 시작이라는 이야기에서 왜 사랑이 전부라는 비약적 대사가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문제는 거기에 있었다. 사랑이 전부일 수는 있다. 하지만, 상대방은 그것을 느끼는 순간 뒷걸음질 친다. 남자는 단순하다. 사랑도 좋지만, 게임도 좋고, 술도 좋고, 담배도 좋다(나는 이해 못 하긴 함). 멍 때리는 것도 좋고, 유튜브를 하루 종일 들여다보고 있는 것도 좋다.
‘아니, 사랑이랑 유튜브랑 동급으로 놓고 비교할 정도예요?’
나도 창피해서 계속 변명은 못했지만, 남자들은 대부분 그런 걸 어째. 종을 대표해서 사과하고 싶었음.
다른 이야기지만 에픽하이의 ‘노땡큐’라는 곡을 듣다 보면 이런 가사가 나온다.
고2 무렵부터 내 갈 길을 걸어. 나도 안 한 내 걱정을 해준 분들 여럿. 덕분에 내 할 일에만 매진한 결과 난 이제 돈과 시간 모두 몇 배를 더 벌어.
아유 유치해. 쌈디의 랩이 멋져서 가끔 돌려 듣는데, 위의 저 미쓰라랩 부분 가사를 못 견뎌 종료시킨 적도 꽤 있다. 이게 남자입니다.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