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랜만에 일본에 가기로 했다. 게다가 오사카, 교토는 초행길이다. 개인적으로 길눈이 어두운 편이라 몇 번 가본 곳도 초행길과 별다를 바 없긴 하다. 성격상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다니는 편이 아니라 여행을 다녀와도 이야기할 거리도 별로 없다. 발길 닿는 대로 대충 다니는 편이라 경험의 범위도 좁고, 괜찮은 곳을 구경했더라도 그곳이 어딘지 몰라서 남에게 이야기해 줄 수도 없다. 그리고 누구나 대부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닌가요?
코로나 기간이 늘어지면서 ‘다시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세상이 올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정말 지긋지긋하게 길었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출발하는 비행기 안에서 기분이 꽤 묘했다. 향수에 잠겨있는데 갑자기 시끌시끌해지는 주변. 두 시간 남짓 비행에 식사를 제공한다는 결정은 누가 한 걸까? 주변의 플라이트 어텐던트들이 지금까지 경험했던 어떤 비행에서 보다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내가 그들이라면 일본 비행은 정말 피하고 싶을 것만 같다. 부산을 떨며 식사와 음료를 나누어주고는, 쉴틈 없이 다시 그 순서로 정리를 시작한다. 나누어주는 사람이나 먹는 사람이나 여유라고는 눈씻고 찾아도 없다. 그리고는 바로 착륙준비를 한다고 삼개국어로 떠들어대는 기장. 아 정신없어.
첫 행선지는 교토다. 공항에서 하루카 열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하루카는 간사이 국제공항과 오사카, 교토를 잇는 특급열차로 JR에서 운영한다. 일본은 대중교통이 다양한 만큼 제대로 사용하려면 어느 정도 학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학습을 싫어하기 때문에 검색 상위 포스트에 담겨있던 방법대로 하루카를 타기로 한 것인데, 예약한 티켓을 받기 위해 티켓머신과 씨름을 하다 보니 벌써 집에 돌아가고 싶어졌다. 예약을 한 바코드를 읽혀 티켓을 받고 다시 그 티켓을 머신에 집어넣어 자리 예약을 해야 하다니, 신박하기 그지없다. 발권을 끝나고 나니 내 손에는 세 개의 표(하나는 영수증이었음)가 쥐어져 있었다. 개찰구에서 그 세 개를 하나하나 집어넣어 보는 정신수양 코스를 거쳐 겨우 숙소에 도착.
역 앞에서 확실히 일본의 인구가 우리 두 배가 넘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건널목이든 구름다리든 에스컬레이터든 사람들이 개미떼나 레밍스떼처럼 끊임없이 이동하고 있다. 잃어버린 30년이네 뭐네 해도 이 나라는 엄청난 내수가 뒷받침해주는 시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이 치이는 도보 이동 상황에서 일본 시민들의 마음가짐은 딱 이런 것 같았다.
양보를 해주고 싶지만, 나도 빨리 가고 싶음
비켜 주는 것 같은데 만들어주는 통로가 너무 좁고, 눈은 양보하고 있는데 어깨는 나를 밀고 있으니 말이다. ‘どうぞ(양보할 때 하는 말)’라고 해놓고 밀지 좀 말아 이 XX 놈들아.
교토 안을 어떻게 돌아다녀야 할까? 나는 걷는 걸 좋아하지만, 단기 여행을 그렇게 다니다보면 보는 게 별로 없다. 호텔 주변 여행자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조언을 구하니 강력하게 버스+지하철 데이패스를 제안한다. 지하철, 버스를 하루동안 무제한으로 탈 수 있고, 조합하면 원하는 곳에 대부분 갈 수 있다는 논리였다. 하루종일 돌아다닐 생각도 없고 교통편의 복잡한 콤비네이션 활용도 크게 관심이 없지만, 귀가 얇기 때문에 권하는 패스를 구매를 했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버스 패스만 끊어도 충분했을 것 같음.(별로 안 돌아다님)
(교토에 도착.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