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023-12-17

지난 주말에는 날씨가 마치 늦가을 같았더랬다. 후디 하나만 입어도 충분했으니 말이다. 12월 중순에 춘풍春風이 불다니, ‘정말 지구 온난화가 심각한가 본데?’ 하고 걱정하며 열심히 자전거를 탔었다. 그리고 그 주 한 이틀 계속 빗속에 갇혀 지내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앞에 한겨울이 떡하니 서있다. 뉴스에서는 다음 주 내내 시베리아 추위가 기승을 떨 것이라고 한다. ‘지구 온난화보다는 나은 건가?’ 하며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중이지만 추운 게 싫은 건 어쩔 수 없다는 거.  

이상기온은 우리뿐만 아니라 지구 여기저기에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유럽 쪽도 평소와는 다른 따뜻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는데, 뉴스에서 유럽의 한 시민이 ‘아무래도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인터뷰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 소리 할 시간에 따뜻한 날을 즐기라고 해주고 싶었다는 이야기. 


올해 상반기만 해도 모든 정보가 학습에 포함되어야 제대로 된 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고, 상대적으로 학습데이터와 학습시간에 제한이 있는 ChatGPT류의 서비스들은 최근 정보를 활용해야 하는 물음에 약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후 NLP를 기반으로 여러 기반기술을 연결하여 실시간 검색정보를 리턴하거나 추가적인 데이터를 임베드시키는 것도 가능해졌고, 이미 이런 프레임웍을 적용한 서비스들도 하나 둘 소개되고 있다. 사실 인간의 말을 기계가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자체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거대한 혁신의 단초端初였다. 앞으로 어떤 세상이 올까? 확실한 건 어떤 세상이 오든 이젠 그 누구도 이 쳇바퀴 돌아가는 속도를 늦출 수 없다는 것.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Leave the world behind’라는 영화를 봤다. 로튼 토마토 사이트에서 관객지수가 34%를 밑돌고 댓글은 악플이 대부분인 영화.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꽤 재미있게 봤었다. 이 영화에서 인류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재앙의 앞에 놓여있고, 주인공들은 무기력하게 그 상황 앞에서 패닉 상태가 된다. 그런 가운데 주인공들이 이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 비밀 집단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음모론으론 설명 안 되는 일이 너무 많죠. 진실이 더 무서울 땐 특히.
– 진실이 뭔데요?
이 모든 걸 조종하는 사람이 없다는 거요.

현생누대(지구에 생명체가 존재해 온 시기) 이후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자신들이 만들어내지 않은, 그래서 컨트롤할 수 없는 재앙에 소멸되었다. 지구를 지배하던 종족들은 행성과의 충돌, 이상기온 같은 자연재해에 순식간에 멸종되어 버렸다. 하지만,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인류가 만들어 냈지만 컨트롤할 수 없게 되어버린 존재에 의한 재앙을 마주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단지 그들보다 조금 뒤에 서 있을 뿐이다. 


연예뉴스 사이트에서 웃는 백지영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익숙했다. 내겐 마치 트레이트 마크처럼 인식되고 있는 그 모습을 나도 모르게 그리고 있었음.

백지영씨, 미안합니다.


 워킹데이 내내 업무에 밀려 긴장하며 움직일 수밖에 없으니 주말에는 그 텐션을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다. 나는 바리스타가 고압으로 커피를 뽑는 소리, 설거지하며 간간이 들리는 그릇 부딪치는 소리, 주변 사람들이 나지막이 서로 이야기하는 소리를 좋아하는 편인데, 그런 소리들이 시간을 길게 늘여 주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대충 아침을 먹고 집 근처 카페에 앉아있는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주변 소음이 거슬려 견딜 수가 없다. 책을 들어도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음악도 머리를 한층 더 어지럽게 만들 뿐이다. 덕분에 계속 등 떠밀려 놀이기구에 올라탄 느낌이 주말까지 계속 이어지는 중. 그냥 집에 갈까 조금 더 있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며칠 전 제주도에서 떼까마귀 130여 마리가 갑자기 지상으로 떨어져 폐사했다는 뉴스 알림이 뜬다. 

이건 좀 무섭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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