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프티콘의 딜레마: 니킥을 부르는 선물

생일에 선물을 좀 받으시나요?

옛날에는 친한 친구들끼리만 선물을 주고받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 장벽이 조금 허물어진 느낌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선물하기 기능을 제공하고 디지털 기프티콘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게다가 메신저나 SNS에서는 생일을 브로드캐스팅까지 해준다. 덕분에 꽤 오랫동안 못 보던 친구들에게도 선물을 받게 되는 경우가 늘었고, 나도 예전보다 자주 선물을 보내게 되는 것 같다. 딱히 예전보다 ‘좋다’, ‘나쁘다’ 라기보다는 트렌드가 달라졌다고 할 수 있겠다.

오늘은 기프티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데, 나의 경우 받은 선물의 50% 이상은 그것이기도 하다. 다른 분들은 어떠신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커피 두 잔과 케이크 하나’ 기프티콘인데, 웬만한 커피숍은 모두 이 상품을 제공하고 있고 대부분의 사람은 큰 고민 없이 이것을 선물한다. 아무래도 케이크=생일이라는 공식이 떠올랐기 때문이겠지만, 내겐 이것처럼 사용하기 애매한 선물이 없다.

우선 ‘커피 두 잔과 케이크 하나’ 기프티콘은 설계가 엄청나게 오묘해서 금액을 다른 상품으로 재구성하기가 쉽지 않다. 오묘하게 구성한 건지, 커피 두 잔과 케이크 한 조각 가격 자체가 태생적으로 애매한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비슷한 금액 대에서 교체할 만한 상품을 찾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나는 늘 커피숍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아무리 포스 앞 상품을 들여다 봐도 가격을 넘기면서까지 추가로 주문하고 싶은 제품이 없다. 음료 하나에 케이크 한 조각이면 늘 조금 잔액이 남고, 그다지 먹고 싶은 것도 없는데 금액을 더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덕분에 일 년이 다 되어가도록 사용하지 못한 기프티콘이 있을 정도다.

작년 생일 때 해피콘(SPC의 기프트콘)이라는 걸 선물 받았었는데 사용처를 알아보는 것조차 귀찮아서 가지고만 있었다. 하지만 사용기일이 가까워지는 바람에 사용법 관련 인터넷 검색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거. 누군가가 올려둔 팁 게시물을 보니 해피콘은 해피포인트 앱에 등록하고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 매뉴얼대로 차근차근 앱을 설치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그 바코드를 인식시켰더니

‘사용할 수 없는 쿠폰입니다.’

라고 뜨는 메시지. 혹시 친구가 직접 그려서 준 것은 아닐지. 비슷하게 얼마 전 – 어디에선가 받은 – 롯데시네마 관람권의 사용법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본 적이 있는데, 그것도 해피콘과 비슷하게 롯데시네마 앱에 등록이 가능했다. 앱을 다운로드하고는 포스트에서 시키는 대로 가려진 핀코드를 보기 위해 봉인된 부분을 긁었는데, 핀코드는 안 보이고 점점 그 주변이 지저분해지기만 하는 것이다. 전등에 비춰도, 위에 얇은 종이를 대고 연필로 긁어봐도 도무지 핀코드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점점 미션 임파서블의 임무 지시서처럼 난장판이 된 봉인 속으로 숨어버리는 핀코드를 보고 있자니, 관람권 담당자의 뒤통수를 갈기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너무 폭력적이어서 죄송) 내가 그 핀번호로 인류를 멸망시킬 핵폭탄을 가동하려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물론 생각 외로 기프티콘을 유용하게 잘 쓰는 사람들도 있을 거다. 유용하게 사용한 후 보내준 사람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어 세상이 점점 아름다워지고 있을 수도 있다. 그 따뜻한 열기로 지구가 온난화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건 알 수 없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아니라고 강력히 말하고 싶다. 

누가 뭐래도 선물을 고를 때에는 조금은 상대에게 어울리는 것, 필요한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내겐 커피가 어울린다고요? 아…아앗.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Posts created 440

Related Pos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Begin typing your search term above and press enter to search. Press ESC to cancel.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