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옹지마 식의 인생 쳇바퀴

이틀 전  데이터베이스 접속 오류로 내 블로그 접속이 불가능했다. 몇 년 동안 이런 일이 발생한 적은 없었는데… 집에 도착해서 원인을 찾으려니 구축한 지가 오래돼서 여러 세팅 정보들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데이터베이스 사용자 명과 패스워드 같은 것들… 나는 메모 앱이나 저장소도 하나를 진득하게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한 때에 그런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없다. 아니 찾는게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건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도저히 고쳐지질 않음.

어찌어찌 겨우 정보를 찾아 – Notion이라는 노트 서비스에 기록해 뒀었는데, 잠깐 사용했던 서비스에 왜 이런 중요한 정보를 기록해 뒀는지 알 수가 없음 – 단계별로 원인을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장님이 문고리 잡듯, 소 뒷발에 쥐 잡듯. 하지만, 더듬거리는 순서나 뒷걸음치는 논리는 경우의 수 기반으로 착실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아니면 문고리든 쥐든 절대로 잡을 수 없다. 겨우 찾은 원인은 데이터베이스 사용자 패스워드 변경 주기 만료였다. 빌어먹을 패스워드 변경 주기. 내가 사용하고 있는 온라인 서비스 계정만 해도 800개가 넘는다. 내가 소멸해도 내 계정들은 꽤 오랫동안 여러 서비스의 데이터베이스 안에 꿋꿋하게 살아남겠지? 지긋지긋해. 물리적인 흔적은 불과 몇 년이면 버려지고 땅으로 스며들어 버릴 텐데, 디지털 정보는 상흔傷痕처럼 끈질기게 주변에 남는다.

아마 문제를 해결하고 제대로 작동하는 블로그를 확인 한 직후부터였을 거다. 갑자기 몸이 너무 아팠던 건 말이다.

이렇게 아파본 적이 몇 번 있다. 꽤 오래전에 일을 하고 있는데 도저히 책상에 앉아있을 수가 없어서 근처 병원을 갔었다. 검사의 결과는 독감이었다. 의사는 타미플루를 처방해 주면서 어서 집으로 가라고 했다. 처방받은 약을 들고 집으로 가는데 머리가 너무 아팠던 기억이 난다. 엄청나게 아팠다. 그동안 뇌세포의 반은 괴사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겁이 나서 계속 구구단을 외우면서 지하보도를 걸었다. 생각보다 잘 외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을 수도 있다. 또 한 번은 코로나에 걸렸을 때다. 전날부터 목이 조금 마르는 느낌이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침대 안으로 몸이 계속 가라앉았다. 일어나 앉기도 힘들었다. 그날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코로나의 얼굴을 상상했다. 삐죽삐죽 난 가시로 가득한 시퍼런 얼굴이 계속 떠올랐었다.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

어제는 하루 종일 누워 있었다. 기침이나 코 시큰거림은 참을 만 한데 머리가 아픈 것만은 참을 수가 없었다. 평소에 두통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머리가 아프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머리가 아프긴 하지만, 덜 아픈 쪽 뇌를 사용해서 구구단을 외워볼까?’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게 전혀 부럽지는 않다는 거. 오늘 아침까지도 머리가 계속 아파서 당황했는데 이제 조금 괜찮아지고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머릿속에 동이 트는 느낌, 그 정도 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졌다. 어제저녁에 비하면 엄청나게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인생 진짜 별게 없다.

다들 새해에도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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