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곡을 틀었으면 좋겠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 음악을 틀었으면 좋겠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다시보게 되었던 ‘효리네 민박’ 첫회에서, 조수석의 효리가 주섬주섬 음악을 찾아 플레이하려 하자 이상순이 기대하는 표정으로 했던 말이다. 조금 후 그녀가 플레이시킨 음악이 흘러나오자 그는 미소를 한 가득 담은채로 이야기 한다.

‘나도 그 음악 생각했었는데…’

그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 제주도에서 같은 차를 타고 이동하는 불과 수십 분 정도의 시간 동안 그녀는 스트리밍 서버 속 해변의 모래알만큼이나 많은 곡들 중에서 그가 듣고 싶은 음악을 플레이시켰으니까. 물론 그들은 부부이고 날마다 비슷한 곡들을 함께 들었을 테니 대단한 일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 곡은 Khruangbin의 ‘White Gloves’라는 곡이었고, 그 때의 드라이빙 뮤직으로는 더할 나위 없었다. 모른 채 들었다면 이상순이 떠올랐을 것만 같은 기타 세션. 그러니 좋아했겠지. 나는 제목이 머릿속에서 사라지기 전에 얼른 내 플레이리스트에 그 곡을 담았었다.


오래 전 작은 커피숍에서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 포스 앞에 서 있었는데, 점원이 음악만 틀고 바로 주문을 받는다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뒤에 기다리는 손님도 없고 나도 시간은 넘쳐날 때였으니 그 정도는 괜찮았다.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메뉴판을 쳐다보고 있는데 문득 패티 스미스의 ‘Sometimes Love Just Ain’t Enough’가 듣고 싶어 졌다. 그런데, 갑자기 카페 천장에 달린 작은 스피커에서 그 곡이 흘러나왔다. 그런 건 확실히 흔한 경험은 아니다.
그렇게 그 곡을 들으며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친구를 기다렸다. 친구는 약속 시간보다 삼십 분이나 늦게 도착했지만, 나름 나는 그 날을 꽤 멋진 날로 기억하고 있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앞에서부터 네개 정도는 연달아 맞아떨어지고 있는 로또를 들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된다.

그러고 보면 같은 음악을 좋아하게 된다는 건 꽤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이유로 사람들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음악을 공유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멋지긴 해도 쉬운 일은 아닌데, 사람마다 취향이 하늘의 별자리 만큼 다르기 때문이다. 나도 남의 플레이리스트를 들여다보는 것은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 같아 즐겁긴 하지만, 그것을 내 플레이리스트로 가져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이효리 같은 연예인의 것이라면 한곡 정도는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해두고…

어쨌든, Khruangbin의 곡은 해질 녘 드라이빙 뮤직으로도 괜찮지만, 비오는 날에도 꽤 괜찮으니 꼭 한번 들어보시길~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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