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을 잡아

나는 ‘내가 우성이야’ 하고 몸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좋아. 그리고, 그런 시간이 짧을수록 더 감동하게 돼. 단지 몸뚱이 만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멈추게 만들고, 가슴을 쿵 내려앉게 만드는 건 동물의 가장 원초적인 능력이잖아? 그런 능력이야 여럿 있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나를 사로잡았던 건 음악이었어. 전혀 모르는 사람을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게 되는데 삼분이면 됐으니까. 한음 한음 직진으로 다가오는 목소리는 완충되는 장애물 없이 바로 내 가슴을 건드렸고, 커피 한잔만으로도 두근거리는 내 심장은 그런 공격에는 무방비 상태였거든.

나이가 들어 사람을 돋보이게 만드는 여러 속이는 능력이나 트릭을 점점 인정하게 되다가도 가끔 정신이 번쩍 들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아이유의 ‘내 손을 잡아’라는 곡을 들었을 때도 그랬다.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라는 것. 사자가 포효하듯, 공작이 날개를 펼치듯, 그렇게 다가오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어. 

‘직위, 연륜, 재력 다 필요 없어. 개소리는 집어 치우란 말이야. 네가 진짜라는 걸 내 눈 앞에서 증명해 보이라고!’


이 곡이 좋은 이유는 음색, 그루브, 악기, 가사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떼서 이야기할 수 없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이야. 듣고 있으면 최면에 걸린 것처럼 나도 모르게 어딘가로 달려가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되어버린다니까? 심장은 두근두근거리고, 머릿속은 텅 비어 아무 생각도 없고, 단지 ‘뛰어야 한다’는 것만 가슴으로 알게 돼. 어디로 인지는 상관없이, 이끄는 대로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하는 거야.

불이 난 건물의 피난 계단을 따라 내려가듯,

체육대회 계주에서 바통을 받아 첫걸음을 내달리듯.


이 곡의 클립이 꽤 여럿 있지만, 2019 Love, Poem 투어 콘서트 라이브가 그중 최고라고 할만해.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작은 아이유 하나와 공명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려. 혹시 못 본 사람이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데, 동시대에 살고 있는 게 축복이라는 걸 알아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

사람이 내게 말해주는 게 아니라, 내 꿈이 내게 말해주는 것 같은 노래, 아이유의 ‘내 손을 잡아’야.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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