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어 버린 기억: 류이치 사카모토

류이치 사카모토 씨가 지난달 28일 별세하셨다고 합니다. 지난해 말까지도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갑자기 사망소식을 접하니 황망하기 그지없습니다. 

그의 곡들을 모두 사랑하지만, 오늘은 왠지 ‘Merry Christmas Mr. Lawrence’가 듣고 싶어 졌어요. 이 곡은 동명 영화의 메인 테마곡이었죠. 원곡은 일본의 전통악기인 코토로 메인 멜로디를 밟는 일렉트로닉 곡이지만, 사카모토 본인이 직접 연주한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협주곡이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피아노 곡을 먼저 들었는데, 도입부 밤하늘의 별처럼 부서지는 음표의 향연에 황홀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이후로 타이틀에 크리스마스가 있다는 이유로 매년 크리스마스에는 이 곡이 떠올랐고, 저물어가는 밤이면 휴일이 끝나는 것을 아쉬워하며 몇번이고 반복해서 들었어요. 마찬가지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이면 그의 ‘Rain’을 듣고, 뭔가 일이 잘 마무리된 것 같을 때는 ‘Happy End’를 걸었습니다. 뭔가 정리가 잘 안 될 때는 ‘Koko’를 플레이시켰죠. 늘 그의 음악으로 위안을 받았고, 조금은 더 행복해졌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날마다 소리에 둘러싸여 살지만 보통은 그런 소리들을 음악으로 생각하지 않는데 귀 기울여 들어보면 재밌어요 흥미롭고.. 그 소리들을 내 음악에 넣고 싶어요.

류이치 사카모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R.I.P 

2023.02.28

Ryuichi Sakamoto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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