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옛날에 같이 일하던 사람과 일본에서 온 손님을 맞은 적이 있다. 세션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데, 그 동료가 손님들에게 어설픈 영어로 자신의 일본인 친구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일본 사람이나 한국사람이나 비슷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다가 알게 된 일본 친구 때문에 그게 아니란 걸 알게 된 적이 있어요.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답니다. 그 친구와 같이 어디를 가기로 했는데, 잠깐 제가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에 그 친구가 사라져 버린 거예요. 주변을 봐도 없길래 가져온 자전거를 타고는 혼자 목적지로 출발했죠. 그런데, 한참 가다 보니 그 친구가 앞에 걸어가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왜 먼저 갔냐고 물어보니 제가 자전거를 타고 있길래 먼저 걸어가야 보조가 맞을 것 같았다고 하는 겁니다. 그때 일본 사람들은 참 논리적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저런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뭐야. 그리고, 대체 어디가 논리적인 거지? 저건 누가 봐도 같이 가기 싫었던 거잖아. 일본 손님들도 모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데 갑자기 또 다른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일본 사람들 정말 대단해요. 그 왜 원자폭탄 터졌을 때 사람들이 매점에 물 사려고 한 줄로 서서 한 개씩만 사갔다고…..’

이런 제기랄. 닥쳐!!

마음속으로 외쳤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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