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봤더랬다. 음원의 아티스트 란에 댄서의 이름이 올라와있는 것
가끔 작사가나 작곡가가 함께 있는 것은 본 적이 있었지만(윤종신은 늘 월간 윤종신에서 발표한 곡에 자신의 이름을 함께 올림), 다른 필드의 예술가라니… 보통 뮤직비디오에는 댄서가 등장하고, 적당한 춤이 양념처럼 발려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건 좀 달랐다. 댄서가 노래를 부른 이와 동등한 레벨로 작품을 나누어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영상을 클릭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
개인적으로 백예린의 음색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녀의 ‘Square’같은 곡은 듣고 있으면 내 몸에 수천 개의 구멍이 생겨 그곳으로 가을바람이 지나가는 것만 같다. 이 곡에서도 그녀의 보컬은 서늘한 바람처럼 음악이 재생되는 주변 공간에 흐르고 있지만, 모니카&립제이의 댄스 또한 그녀의 목소리 앞에 또 다른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는 것에 놀라게 된다. 곡의 후반부, 키보드와 드럼 연주가 서로 딛고 달리기 직전이 되면 백예린은 아예 무대 뒤쪽으로 퇴장해버리고, 클라이맥스는 오롯이 모니카&립제이의 댄스로 채워진다. 하지만, 보는 누구나 느끼게 될 거다. ‘저것 만으로도 충분하구나’ 하는 것.
아티스트 란에 백예린과 모니카&립제이가 나란히 들어가 있는 ‘너머(the other side)’라는 곡은 엔씨소프트의 문화 콘텐츠 브랜드 피버(FEVER)의 새로운 프로젝트인 ‘즐거운 상상(imagination)’의 일환으로 국내 아티스트들과 함께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한다.
사실 이런 활동은 사회 안에서 이윤추구를 하고 있는 기업의 책임(CSR)이기도 하다. 자신들이 영리를 추구할 수 있도록 도와준 대중을 위해 다른 방식으로 돌려주는 행위. 그 방식은 여럿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사회 구성원들의 문화적 경험의 기회를 넓혀주는 이런 시도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세상은 점점 더 위로가 필요해질 것 같고, 그것에 가장 특화된 것이 사람의 감정이 응축된 예술 작품이기 때문이다.
예술은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도구라는 같은 기원을 가지고 있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며 생산 방식에 따른 영역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그 경계는 점점 굳건해졌다. 학자나 예술가들은 해당 영역 안에서도 수많은 경계를 만들고는, 그 껍질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도 크로스오버라는 타이틀로 경계를 허물거나 영역을 넘나들어보고자 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큰 틀은 므두셀라(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고목)의 목피木皮처럼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각 예술 영역이 점점 깊이가 더해지는 것과 동시에, 각 영역을 넘나드는 새로운 콘텐츠 혹은 예술의 영역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그렇게 콘텐츠가 확장되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다양해지면, 모든 예술가들이 예술만으로도 먹고살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대중들도 보다 다양한 문화적 경험 속에서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가수와 댄서의 콜라보 작품 하나에서 너무 멀리 온 것 같긴 하지만, 그런 내용들을 모두 뒤로 하고라도 음악, 춤 모두 너무 좋기 때문에 가볍게 한번 감상해보시길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