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는 얼마 전 하릴없이 리디북스를 뒤지다가 책 제목이 마음에 들어 구매했던 책이다.
우다 도모코라는 작가는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라는 소개로 시작하는 이 책의 작가는 원래는 준쿠도 서점(일본의 프랜차이즈 대형 서점)의 본점에서 근무했었는데, 오키나와에 분점이 생기자 그쪽으로 이동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2년 정도 열심히 일하다가 서점을 그만두고는 일본에서 가장 좁은 헌책방인 ‘시장의 헌책방 울랄라’를 열었다. 그녀는 서점을 운영하며 틈틈이 잡지에 기고하거나 책을 쓰면서 생활하고 있는데,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는 헌책방을 운영하며 처음 집필한 책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꽤 재미있는 내용이 가득할 것 같은데도,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아직 한 글자도 읽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이런 책이 한둘이 아닌데, 전자책의 경우에는 구매도 쉽고 보관에 대한 걱정도 없기 때문에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몇 년 전에 친구의 세일 정보에 혹해서 ‘열린책들 세계문학 전집’을 구매했지만 아직 한 권도 읽지 못했으며, 스스로 찾아냈던 ‘펭귄클래식 전집’이나 어렸을 때의 추억에 잠겨 – 추리소설 마니아였음 – 구매했던 ‘모리스 르블랑 전집’도 마찬가지로 한 권도 열어보지 못했다. 특히 ‘펭귄클래식 전집’은 교보문고에서 구매한 것을 잊고는 리디북스에서도 구매해버리고 말았는데, 이 정도면 조금 심각하다.
하지만 ‘짧은 인생인데 하고 싶은 것은 해야지’하는 편이라, 책은 사고 싶을 때 사고 읽고 싶을 때 읽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언제 읽고 싶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 계란 한 판을 산다고 그날 서른 개를 다 먹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서문만 읽은 상황이라 민망하지만) 이 책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보자면, 다른 책들과는 달리 작가가 한국 독자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서문으로 시작하고 있다. 서문은 서점이 위치한 장소를 비교적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고, 최근 그 지역이 관광 중심지라는 것도 살짝 어필하고 있다. ‘읽어 주세요’가 아니라, ‘놀러 오세요!’라고 하는 것 같은데, 식료품 가게와 옷가게 사이의 작은 공간에 책을 수북이 쌓아두고 묵묵히 책을 읽고 있는 작가의 사진을 보니 더 오키나와에 가보고 싶어 졌다. 작가는 오키나와에서 한국까지는 직항이 있어 도쿄에 가는 것보다 더 가깝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지도를 찾아보니 제주도보다도 한참 아래 있어서 일본보다 대만에 더 가깝기까지 했다. 후쿠시마와는 엄청나게 멀어서 방사능 걱정도 없다. 오키나와에 더 가보고 싶어 진다.
작가는 오키나와의 독특한 출판문화에 매력을 느껴서 헌책방을 열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게 뭔지 궁금해서 조금 검색을 해보았다. 어떤 신문기사를 보니 작은 섬 오키나와는 한마디로 ‘출판 왕국’이란다. 준쿠도 서점의 체인이 일본에 60군데 정도 있는데, 오키나와에 있는 체인이 가장 큰 것이 그것을 증명해준다. 엄청 작아 보이는 섬이지만 출판사도 40여 개나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책은 현산본(縣産本)이라고 하는데, 오키나와에서 만들어진 책이라는 뜻이다. 다른 곳에는 그런 말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니, 책에 대한 자존심이 유별나기는 한 모양이다. 미소시루(된장국)만 유명한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책을 읽기 전에 관련 정보를 찾아보다 보니 아직 본문은 진입도 못했는데 시간이 꽤 흘러버렸다. 하지만, 구매 완료 버튼을 누르고 물건이 도착하기 전에 이런저런 리뷰나 사용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생각보다 즐겁지 않나요? 아직 읽지도 않았는데 독서보다는 여행이 가고 싶어 지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하지만…
자 자 이제 딴짓은 그만하고, 진득하게 한번 책을 읽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