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실물

한 육 개월 전 쯤 일하는 곳의 문방구 함에서 촉이 얇은 네임펜을 발견했다

네임펜은 잘 지워지지 않는 유성 잉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물건에 이름을 써넣을 때 사용한다.(그래서 이름도 네임펜) 물론 요즘에는 다이어리 정도를 제외하고는 물건에 이름을 쓸 일이 거의 없긴 하지만, 어렸을 때는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내 물건 이것저것에 모두 이름을 써넣었다. 견출지에 이름을 써 붙이는 것보다 네임펜으로 적는 것이 빠르고 깔끔했지만, 한 가지 단점은 촉이 뭉뚝해서 이름을 작게 쓸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촉이 얇은 네임펜이 있었다니! 나는 그 펜이 – 사용해보기 전부터 – 너무 마음에 들어서, 바로 충전기, 애플 펜슬, 마우스, 키보드, 충전기 등 주변의 내 물건에 닥치는 대로 이름과 전화번호를 써댔다. 그 네임펜이라면 충전 케이블 끝에 손톱만큼 붙어있는 플라스틱에 소설도 써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며칠 전 스타벅스에서 랩탑을 충전하다가 충전기를 벽의 전원구에 꽂아두고 나온 적이 있다. 심지어 나는 그것을 두고 나왔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갑자기 모르는 분께 사진 한 장과 함께 메시지가 온 것이다.

안녕하세요. OOO님 맞으신가요? 이거 신사동 스타벅스에서 찾았어요. ㅎㅎ 포스에 맡겨 놓을테니 찾아가세요!

이렇게 고마울 수가… 나는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는 – 별것 아니지만 – 스타벅스 커피 쿠폰을 보내드렸다. 그리고, 저녁에 다시 그 신사동 스타벅스를 찾아가 무사히 충전기를 찾을 수 있었다.

어쨌든, 물건에 전화번호를 써 놓는다면 – 나같이 – 쉽게 유실물을 찾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요즘같은 세상에 남에게 그 방법을 권하기는 또 쉽지 않다. 유실물 발견자가 물건을 돌려주는 대신 이름과 전화번호를 가지고 대포통장을 만들거나(그럴 수 있는지는 나도 모름), 피싱을 시도한다면 꽤 미안해질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니, 각자 알아서 판단하시길.

저는 효과를 봤다고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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