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023-11-11

어제저녁 날씨가 갑자기 너무 추워서 놀랐다. 가을 옷을 입고 나가서 그런지 그 충격이 엄청났다. 한잔하고 나서니 바깥은 체감 오미야콘(Oymyakon 지구에서 가장 추운 마을)이었다. 이대로 바깥에서 세워둔다고 협박하면 ATM 무통장 이체 비밀번호까지 술술 다 불 것만 같았다. 한걸음 움직일 때마다 들썩이는 옷의 빈틈 사이로 칼바람이 밀려들어왔다. 너무 추우니 머릿속이 유리알 같이 맑아진다. 그래봤자 그 속은 온통 춥다는 생각뿐이지만… 살아있는 것은 분명했다. 페트릭 네스(작가)는 말했다. ‘만약 상처받지 않는다면 어떻게 네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겠는가?’ 추우면 알 수 있음. 

이번엔 ‘먹을 텐데’ 이야기. 친구는 성시경이 유튜브에서 소개한 한 시장 안의 허름한 음식점 앞에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평소에 먹을 것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나지만 가수가 전공이 아닌 소재의 클립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것에 짜증이 솟구쳤다. 그런 분야는 일반인들에게 양보해야 하지 않나? 자신은 음악으로 충분히 구독자수를 늘릴 수 있으니 말이다. 하긴 최근 나얼과 듀엣으로 발매한 신곡도 별 반응이 없긴 하니까. 조금 기분이 나아졌다. 그래도 화가 다 풀린 것은 아님. 

아침에 일어나 그 생각을 다시 하다가 내게도 소울푸드 같은 게 있나 생각을 해봤다. 그런데 갑자기 물리치료받는 동네의 병원 앞 허름한 순댓국집이 떠오른다. 지난주에 한번 먹어봤는데 꽤 괜찮았다. 성시경도 보통 국밥이나 수육 같은 것을 먹으러 다녔던 것 같다. 나는 천천히 집을 나서 순댓국집으로 향했다. 밖은 여전히 추웠다. 

순댓국집은 작지만 손님이 꽤 있다. 그래도 성시경이 소개한 집만큼 사람들이 줄을 서지는 않는다. 오늘 여기서 순댓국 영상을 찍어 올려볼까? 아주머니 기대하세요. 앞쪽으로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나는 아이폰을 숟가락통에 기대어 두고 녹화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바로 흘러내려 쓰러지는 스마트폰. ‘제기랄’ 나도 모르게 욕을 하는 바람에 그 영상은 쓸 수가 없다. 이번에는 파통과 숟가락통을 잘 붙여두고는 다시 스마트폰을 올렸다. 잘 고정이 됨. 국밥을 몇 숟가락 떠먹었다. 뭔가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주변에 사람들이 신경 쓰여서 그럴 수가 없었다. 성시경은 대체 어떻게 주절주절 떠들어 댔던 거지? 얼굴이 철면피인 건가? 좀 두꺼워보이긴 하던데…

칼로 팍 찌르고, 후시딘을 샥 바르고

너무 잔인해. 어떻게 저따위 표현이 용인되는 거지? 그래도 창의력이 없으니 우선은 비슷하게 가봐야 할 것 같다. ‘망치로 칵 내려치고, 뼈 맞춰주고’ 그런데 나는 소주를 시키지 않았지? 당황스러웠다. 대조되는 표현은 쓸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렇게 우왕좌왕하다 보니 순댓국이 다 식어버렸다는 이야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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