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023-9-13

일하는 곳 근처에서는 꽤 긴 줄을 기다려야 하고, 공간이 작아 테이크 아웃만 가능했던 곳이다. 그런데 콘센트까지 사용하며 앉아있을 수 있는 KUSTOM COFFEE가 네이버후드에 있을 줄이야. 인생 라테는 일반 우유와 발효시킨 우유를 같이 섞어 사용한다고 한다. 


이젠 저녁에 창문을 열어놓으면 가끔 티셔츠 안쪽으로 서늘한 바람이 훅 지나갈 때가 있다. 아침부터 비가 내렸던 오늘 또 그랬다. 몸이 여름에서 가을로 밀려들어가는 느낌.
비가 내렸다가 갑자기 뜨거워지고, 다시 바람이 불다가 비가 내린다. 이제 가을이네 아직 아니네 하다 보면 갑자기 겨울이 성큼 내 앞에 서겠지. 여름은 늘 그렇게 요란하게 떠나간다. 그에 비하면 봄비 한 번에 등을 돌리는 겨울은 꽤 젠틀한 편.

집으로 오다가 너무 배가 고파서 월드타워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었다. 이전에 먹었던 장어덮밥이 생각나서 왔는데, 가격표를 보고 연어덮밥을 시키는 소박한 나. 가끔 나는 큰돈을 벌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돈이 많아도 잘 못쓸 것 같거든.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이 꽤 오랜만에 출간되었다. 올해 4월 발간으로 번역이 꽤 늦네 하고 있었는데 두께를 보고 고개를 끄덕끄덕. 성격이 급해서 전자책으로 구매해 버렸는데, 서점에서 책을 직접 보니 그것도 사고 싶어 졌다는 이야기. 예쁘다

아직 초반부를 읽는 중인데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오버랩되어 신선도가 떨어진다고 할까?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는 아주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도 잘 안 나는데 말이다. 쿨하기만 한 천편일률적 하루키식 연애 묘사도 좀 질려서 조금 속도를 더 내봐야 할 것 같음.

사실 서점에는 이 노트를 사러 갔다. 가방에 늘 필기도구를 넣어 다니는데, 최근 들고 다니던 노트를 다 써버렸기 때문이다. 원래 같은 크기의 3개 들이 노트를 사용하는데 표지 질감이 너무 예뻐서 한번 바꿔봤음. 하지만 제 버릇 개 못 줄 테니 나는 계속 낙서를 하겠지?

교수님, 건강하세요?

이건 대체 누구지?

이건 좀 잘 그리지 않았나요? 아님 말고.

오늘 일기 끝.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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