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아 공연, 2월 4일 토 오후 세시. 괜찮아?
– 응
‘오케이, 홍대 구름아래소극장’
그 이후 한 번도 대화가 없다가 공연 당일 두시 반에 받은 메시지.
‘오고 있지? 나도 가는 중’
내가 가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을 기본으로 깔고 있는 질문, 물론 나는 이미 근방에 도착해 있었다. 이 정도면 논리보다는 주먹이 가까운 진정한 사나이들의 대화 같지만, 우리는 둘 다 사나이와는 거리가 좀 있는 편으로 오히려 아줌마에 더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멋진 대화는 기록으로 남겨두고.
그녀는 밝은 성격이었다. 엄청나게 눈에 띄어 주목을 받는 타입이라기보다는, ‘근데 미라도 가만히 보면 꽤 예쁘다니까?’ 식으로 은근히 인기가 있던 타입이었겠지.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알고 있다. 인기가 있다는 것 이전에, 자신이 예쁜 편이라는 것.
음색이 맑고 청아한데, 말할 때도 그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가수가 되기 위한 인고의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잘하도록 태어나서 그냥 그것을 하는 느낌. 노래 사이사이에 툭툭 던지는 사차원 멘트를 들으며 술자리 여신은 따놓은 당상堂上이었겠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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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남이 좋아하는 음악을 몰래 듣는 걸 들기는 편인데, 그 사람에게 달려있는 닫혀있던 문을 열어보는 느낌이라 그렇다. 가수를 빌려 그의 혹은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랄까? 그러다가 그 가수를 좋아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정밀아가 그랬다.
그녀의 음악을 듣다가 책상을 두드려 나만의 비트를 더하면, 무식한 관객의 난동이 아니라 무명 드러머의 잼 jam session 이 되어버린다. 그만큼 여백이 가득하고 여유가 있는 음악.
얼마 전 왓챠의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O.S.T 작업을 했던 곡까지 모두 들려주고 싶다며 두 시간 내내 달렸던 플레이리스트 안에서 인상 깊었던 곡을 소개하자면,
‘나도. 있다고요. 달달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곡이..’ 하며 불렀던 ‘애심’.
‘이거 원키로 못 부르는 건 절대 아닌데…’ 하면서 낮춰 불렀던 ‘내 방은 궁전’.
그곳에서 만난 친구의 지인분들과 가볍게 맥주 한잔하고 돌아오면서, 저 두곡을 올해 연도가 타이틀인 내 플레이리스트에 집어넣었다.
정밀아 님, 다음에는 꼭 원키로 불러주세요.
공연에서 들으면 더 신날 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