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 들어오자마자 멈칫 한점 없이 딱 하나 남은 빈자리에 물 흐르듯 앉았다.
낙엽이 떨어지듯,
가랑비에 옷이 젖듯,
피곤해 눈꺼풀이 감기듯
자연스러웠다. 멋있었어. 그건 내가 숨을 거두기 직전에 떠오를 정도로 완벽했던 순간이었다.
나와 같은 목적지로 어색하게 움직이다가 결국 내 앞에 서게 된 남학생의 시선이 느껴졌다. 존경 반, 서운함 반이구나. 나는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맞춘 후 마스크 안쪽으로 살짝 웃어줬다.
‘너 때문에 한층 더 행복하네. 고맙다. 네가 느린게 아니야. 자책하지마.’
등이라도 토닥거려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