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상대에게 보내는 댓글

어느 게시판에선가 헤어진 상대에게 하고 싶은 말을 댓글에 써보자라는 글을 보게 되었다. 그는(혹은 그녀는) 자신이 먼저 시작한다며 아래처럼 운을 띄웠다. 

‘나랑 함께했던 시간들이 너에게도 행복이었길 바라.’

여성일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 보이는 그녀(?)는 그를 야멸차게 찼던가, 혹은 불가항력으로 헤어졌을 것이다. 미움보다는 아쉬움이 후회보다는 그리움이 더 묻어나는 문장이지만, 상대도 그런 마음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남녀관계란 건 그런 거다. 하나의 스토리라도 누구에게 듣느냐에 따라 로맨스가 되기도 하고, 호러가 되기도 하니까. 

그건 그렇고, 이 글의 밑에는 천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려있는데 모두 다른 이야기라는 것도 재미있다. 각자의 삶은 뭐든 유니크하긴 한가 보다. 하나하나 읽다 보니 달달하면서도 가슴 아픈 내용이 있는 반면에, 오싹하게 무서운 저주도 있다. 심지어는 그대로 실행했다면 중형을 면치 못했을 만한 테러 예고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을 사귀기 전에 폭력성 진단은 꼭 해보시길. 여기서 몇 가지 재미있는 댓글을 소개해보자면…


‘이후 만남에 매번 실패하고 아무도 못 만나고 그렇게 외롭게 살았으면.’

저주를 벗어날 엑소시즘이 시급

‘보고 싶다 너네 집 강아지ㅜ’

동물애호가

‘니 누나 기간제교사면서 사기 친 거 다 알아 사기꾼 집구석 키 168 찐따새끼’

댓글을 읽는 순간 전체 스토리가 궁금

‘잘 지내니…’

현재 사귀는 사람 없고 심심

‘뒤져라 ㅅㅂㄴ’

상대의 성별이 궁금

‘나만 나면서 고생 많이 했다. 그 남자랑 좋아 보이더라. 4년 만나면서 헤어지고 나서 내가 널 사랑했다는 걸 알아서 너무 늦어서 미안하다. 마지막까지 구질구질해서 미안했다. 지금 만나는 남자랑 결혼하는 것 같던데 잘 살고 SNS로 네 소식을 아직까지 궁금해서 찾아보는 이 구질한 전 남자 친구가 정리를 시작한 지가 1년까진 날 떠난 네가 미워서 원망스럽고 괴로웠고 2년이 지난 지금은 내 20대를 가득 채운 행복한 추억이었고 꿈이었다고 생각한다. 잘살아! 소주 한잔하고 ㅋㅋㅋ 급생각나서 써본다.’

지질한 소설가

‘존나 꼴 보기 싫으니까 내가 먼저 신청한 모임은 알아서 좀 빠져줘라.’

상대가 먼저 신청한 건 알아서 빠져주겠다는 합리적 젠틀맨 혹은 레이디

‘너 없이 못 사는 거 알면서 그렇게 매정하게 길게 보라고 하고선 이렇게 날 혼자 남겨두고 가면 어쩌자고 매정하게 가버리면 어떡해 많이 보고 싶어 다시 얘기해보고 싶어 너 없이 사는 게 힘들어 너무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아 숨이 턱턱 막혀 네가 있으면 어떤 힘든 일도 견딜만했는데 없으니까 너무 힘들어’

읽으면서 숨이 턱턱 막힘

‘해외주식 WATT 추천해서 미안해.’

남의 말 듣고 주식하지 말 것

‘사귀는 동안 한 번도 못 자보고 헤어져서 억울한데.. 지금이라도 어떻게 안 되겠니?’

쪼다

‘나 같은 진국을 몰라본 넌 판단력이 떨어지는 여자다. 나보다 더 좋은 남자 넌 못만날꺼다 ㅋㅋㅋ’

이미 만났을 듯

‘남은 여생 처절하게 괴롭고 외롭고 힘들었으면 좋겠어 그렇게 오래오래 살아.’

저주인지 축복인지 잘 모르겠음

‘ㅋㅋㅋ 그 잡주 사더니 꼴좋다.’

상대는 2 연타

‘드라마 잘 보고 있어. 여전히 예쁘네..’

부러운 분

‘잘 지내라 근데 지금 여자 친구보다 니가 더 예뻐.’

솔직하신 분

‘너가 낳은 딸 너 성형 전 닮아서 빻았더라. 너랑 결혼안한게 다행인듯.’

상대도 그럴 듯

‘빙수 한 접시에 같이 못 먹어줘서 미안해. 헬리코박터균까지 사랑했어야 했는데… 안녕. 잘 지내.’

청결하신 분

‘2년에 걸친 복수 성공이다. 내가 평생 염증같이 기억 속에 떠올랐으면 좋겠다.’

복수혈전

‘우리 지옥 가자’

아니 이건 뭡니까? 

‘없어. 없다고.. 없어… ㅠㅜ’

ㅠㅜ

‘형 보고 싶어’

헉!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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