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돌아다녀도 활자보다는 영상 위주다. 유튜브에서도 긴 영상보다는 쇼츠만 훑게 된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지만, 넷상에서 남의 글을 찾아 읽지는 않는다. 사진과 이모티콘 위주의 포스트는 읽는 게 아니라 보는 것에 가깝고, 인공지능이 짜깁기 한 영혼 없는 글은 첫머리를 읽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해 버린다. 그런 콘텐츠 더미 안에서 남들도 내 글을 찾아 읽지는 않겠지. 거지 같은 시대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갔더니 알림이 와있다. 꽤 오래전에 쓴 포스트에 댓글이 달렸다고 한다. 누군가의 소중한 삼분이 내 포스트를 읽는 데 사용되었다는 증거. 막연한 기대로 실어 보낸 보이저의 골든레코드에 대한 응답을 우주로부터 받은 느낌으로 그 댓글을 읽고, 자연스럽게 링크를 따라 품앗이하듯 그녀의 글을 읽으러 갔다.
한 에세이 안에서 그녀는 해가 떨어질 때 즈음 동네 분식집에 들러 김밥을 산다. 근처의 공원으로 이동해서는 브루노 메이저의 음악을 들으며 늦은 저녁식사를 한 그녀는 – 특별한 날은 아니었지만 – 그때 공원의 공기와 그 곡의 어울림으로 생각지 못했던 소확행小確幸을 느꼈다고 한다.
글을 읽으며 ‘그때 그녀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궁금해져서 유튜브에서 부르노 메이저를 검색한 후 가장 위에 올라선 ‘Nothing’이라는 곡을 플레이시켰다. 그러자 그 공원의 분위기가, 그때의 하늘 색깔이, 근처의 잔잔한 소음이 거짓말처럼 내 주변에 떠 올랐고, 그녀가 느꼈던 소소한 행복을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았다.
브런치에 들어가 보길 잘했네
‘Nothing’을 무한반복으로 걸어놓고 올해 처음으로 창을 열었다. 밀려들어오는 바람이 차지 않은 것을 보니 봄이 머지않았나 보다. 빌어먹을 지구온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