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요커 사이트에서 ‘Why New York Restaurants Are Going Members-Only(뉴욕 레스토랑들이 회원제로 전환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읽게 되었는데, 이 기사에서는 뉴욕에서 일반인들이 예약하기 어려운 이른바 ‘회원제’ 레스토랑의 부상을 조명하고 있었다.
뉴욕 웨스트 빌리지의 4 Charles이라는 레스토랑은 대부분의 테이블이 단골손님들을 위해 예약되어 있고, 신흥 인기 레스토랑인 Frog Club은 일반인들의 예약조차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렇게 회원제 서비스가 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과 엄청난 임대료에 직면한 상황에서 대중보다는 청구서를 지불할 능력이 있는 600명에게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단골손님만 테이블을 예약하면 노쇼가 0이 되죠
라는 데쉬무흐 셰프의 이야기는 분명히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레스토랑 내 테이블을 모두 채울 상류층 단골을 확보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음식의 퀄리티는 기본이겠고, 꽤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는 서비스로 고객의 신뢰를 쌓아올 필요가 있다. 시간은 배신하지 않지만. 엄청난 코스트를 자랑한다.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한걸음 한걸음 걸어온 이들만이 그 수혜受惠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다르다. Resy, Dorsia 등의 디지털 앱을 통해 시간과 서비스를 초월한 브로드캐스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해당 서비스들은 회원관리와 취소 비용 수취 등으로 예약의 관문을 높이고 프리미엄 냄새를 흘린다. 고객들도 발품을 팔며 오랜 시간 수집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레스토랑을 선택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 우리 가문만 아는 한적한 고급 레스토랑이란 건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 속에서나 만나볼 수 있겠지.
수많은 디지털, 펜데믹, 인플레이션의 상호작용의 부정적 산물이 존재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시간의 가치가 흐려져버린 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 그것은 우주가 태어난 이래로 한 번도 그 가치가 부정된 적이 없었다. 지겨운 겨울을 참고 견뎌내야 파릇파릇 피어나는 개나리를 볼 수 있고, 태양이 작렬하는 여름을 버텨내야 창문을 건너오는 차가운 바람을 만날 수 있다. 미켈란젤로는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에 천지창조를 남기기 위해 사다리에 올라 고개를 젖힌 채로 4년을 보냈고, 제임스 조이스도 1차 세계대전 발발, 경제적 어려움, 건강 문제를 겪으며 대작 율리시즈를 완결하는데 8년이 걸렸다.
등장하는 모든 오브젝트에 물리법칙이 적용된 고화질 영상을 프롬프트 한 줄로 수분만에 만들어낼 수 있게 된 요즘, 아직도 인류에게 시간을 들이는 게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일까? 거스를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나는 왠지 그런 상황이 되어버리는 게 아쉽다.
윤오영의 수필, ‘방망이 깎던 노인’ 속의 다듬이질용 방망이를 만들던 노인이 생각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