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세에서 유명한 쇼핑거리라면 역시 산타나 로 Santana Row인데, 이곳은 간단히 SR 혹은 The Row라고도 불린다.
산타나 로와는 관계없지만 미국인들의 약어 Abbreviation 사랑은 개인적으로 좀 자제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은데, 외부용 자료에도 사내社內에서나 통용되는 약어들을 남발해대는 통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꽤 있기 때문이다. 매번 물어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어 분통이 터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연구자료는 약어를 안 쓴다고 해도 어렵기 때문에 더욱더 ‘신경 좀 써달라고!’ 하고 말하고 싶어 진다.
산타나 로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칼트레인(Caltrain: 샌프란시스코의 통근 열차 시스템)을 타고 두 시간 정도 이동한 후, 산타 클라라 역에 내려 우버나 리프트를 타야 한다. 나는 써니베일 Sunnyvale 쪽에서 일을 보고 이동했는데, 그곳에서도 차로 십분 정도면 충분했다. 쇼핑거리는 네 블록 정도로, 도로 양 옆으로 레스토랑과 매장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데 외국 어디에서도 이렇게 아기자기하면서도 깨끗한 거리를 본 적이 없다. 날씨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캘리포니아 그대로이기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의 싸늘한 여름에 실망한 여행객이라면 한번 용기 내서 이동해보기 바란다. 단지 그냥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 테니 말이다.
죽 늘어선 레스토랑이나 매장을 구경하면서 길을 걸어 내려가다 보면 익숙한 문구 전문점인 ‘페이퍼 소스’도 있고, 레스토랑이나 바도 다양하게 늘어서 있지만, 대부분 남녀 패션 관련된 매장이 주를 이룬다.
길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가면 작은 광장에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스미튼 아이스크림 Smitten Ice Cream 매장이 있는데, 주문하고는 Brr Machine으로 아이스크림이 만들어지는 것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스탠퍼드를 졸업한 재원인 Robyn Sue Fisher가 직접 고안해서 특허를 낸 이 기계는 질소를 사용하여 바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낸다.
그 외에도 전기자동차 커스텀 주문을 할 수 있는 테슬라 매장이나 천천히 늘어나고 있는 아마존의 ‘아마존 북스’도 만나볼 수 있는데, 이런 매장들은 미국이라 해도 쉽게 보기는 힘들다.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온라인 비즈니스 기업들의 오프라인 재침투 전략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나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지만…
산타나 로의 끝 쪽에는 오프라인 디지털 매장의 자존심인 베스트 바이가 있고 스티븐스 크릭 대로를 건너면 큰 쇼핑몰이 기다리고 있는데, 긴 담벼락 가운데의 입구가 마치 벌어진 입으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자! 지금까지는 모두 인트로였으니 어서 건너오라고!’
개인적으로 쇼핑에 취미가 없기 때문에 대로를 건너지는 않았지만, Macy’s, Westfield, Nordstorm 같은 백화점 외에도 여러 패션 몰들이 입점해 있으니 쇼핑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시간과 체력을 넉넉하게 확보한 후 꼭 방문하길 권하고 싶다. 하지만, 역시 나처럼
‘쳇, 난 쇼핑보다는 오렌지가 익는 캘리포니아의 날씨를 느껴보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맙소사, 그것도 바로 산타나 로 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