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요청이 있어 인턴 면접관을 한 적이 있다. 코로나 덕에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아 인사팀에서는 꽤 고생을 했을 것이다. 여전히 인터뷰 때는 가림막 건너로 얼굴 윗부분만 봐야 했으며, 마스크 덕에 서로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기 힘든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목표했던 10명 남짓의 인터뷰도 무사히 진행되었고, 점심 도시락도 근사하게 얻어먹었다는 거.
숫자를 다루는 일을 하는 분야의 인터뷰여서 그런지 대부분의 응시자들은 차분하고 조용했는데, 그 가운데에서 조금 재미있었던 몇 명 이야기를 해보면…
모든 질문에 ‘잠시만 생각해도 되겠습니까?’하고는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이고, 30초쯤 있다가 다시 고개를 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던 알파고의 환생 같았던 친구도 있었고
‘면접 오는데 더워서 힘들었겠어요.’
‘잠시만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
질문이 조금만 어려우면 대뇌 버퍼링 현상으로 재생 멈춤 상태가 되던 친구도 있었다.
‘살아오면서 가장 자신에게 만족했던 순간이 언제였어요?’
(일시 정지)
하지만, 누구보다도 ‘본인을 한마디로 설명해본다면요?’ 하는 질문에 자신이 물티슈 같다고 했던 친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첫마디를 듣고는 물티슈의 특성을 자신의 장점과 겹쳐 설명하려 하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친구들이 저를 물티슈라고 부릅니다.’
‘그 이유가 뭐죠?’
‘제가 물티슈를 늘 가지고 다녀서요.’
‘…’
‘이봐, 친구. 그렇다면 나도 물티슈라네.’
하고 싶은 걸 꾹 참았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