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큰 기대는 안 했어요. 사용해보고 난 지금도 딱 그 정도 느낌이랄까? 어떠냐고 물어보면 ‘음, 후회할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하게 될 것 같은데, 그 이유를 한번 설명해볼게요.
저는 음악을 좀 좋아하는 편이에요. 이게 좀 좋아하는 건지 미쳐 듣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학교 때에는 항상 이어폰을 귀에 걸고 살았고, 늘 볼륨은 귀가 견딜 수 있는 한 최대치까지 올려 들었죠. 아직 귀가 먹지 않은게 다행이랄까? 헤드폰/이어폰은 저렴한 것, 비싼 것, 유선, 무선 가리지 않고 꽤 많이 사댔습니다. 한때는 록 음악만 들었는데, 요즘은 아이돌 음악부터 클래식, 재즈까지 가리지 않고 편견 없이 듣는 편이고요.
음향기기라는게 기기의 퀄리티만 가지고 판단하기 좀 부족한게, 듣는 사람의 취향, 선호 볼륨크기, 청력 같은 것들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거든요. 그런 이유로 같은 제품이라도 리뷰가 천차만별이니 리뷰라는게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지만, 그냥 가볍게 많이 들었던 헤드폰들을 떠올리며 개인적으로 느꼈던 차이점을 적어보려 합니다.
처음 들으면 우선 ‘와…’ 소리는 안 나요. 뭐 그건 에어팟 프로도 그랬으니까. 전반적으로 소리가 정갈하고 깔끔하네? 잡소리는 없구나. 정도의 느낌이예요. 다음으로 느껴진 건 밀폐형 헤드폰인데도 불구하고 스테이지가 제법 넓다는 거. 잡소리가 바깥으로 새어 나오는 인도어용 오픈형 헤드폰만큼은 아니겠지만, 답답하지는 않습니다. 대편성이나 재즈를 많이 들으시는 분들은 꽤 괜찮다고 느끼실 것 같네요. 그리고, 극저음이 좋으며 그것에 펀치감이 있어요. 극저음에 펀치감이 있다는 게 조금 웃긴데, 드라이버 진동판이 낮은 볼륨의 저음에도 공기를 훅훅 밀어줍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락의 드럼 킥에서는 실망을 하실 수도 있어서 락 마니아는 이 헤드폰 – 피해 가시는 것을 추천드릴게요.
홈팟도 처음 들을 때 극저음에 ‘와’ 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런 저음은 힙합 마니아들한테는 조금 장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속도가 있는 중고음과 섞였을 때 조금 소란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는 해서… 사기 전에 꼭 한번 들어보세요. 재즈를 들을 때 가장 좋았습니다만, 솔직히 재즈는 헤드폰, 이어폰 구매의 정신승리를 위한 음악이니까.
음질 외 면을 보면 애플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H1 칩으로 엄청난 편의성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이폰 4의 AP 정도의 고성능 칩을 오로지 헤드폰 연결에만 쓰다니, 나중에 펌웨어 업그레이드로 인공위성이나 발사된 핵무기와도 연결이 가능할지도 몰라요. 사실 저는 이것 때문에 샀습니다. 폰, 아이패드, 맥북 알아서 적당하게 내가 듣고 싶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알아서 척척 붙어요.
블루투스 연결 편의성은 처음 소개되었던 2002년 이후로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잖아요? 헤드폰의 경우 여러 기기를 왔다 갔다 할 때는 정말 열통터집니다. 물론 멀티 페어링이 가능한 기기들도 있지만, 제 기준에서는 다 불편했어요. 한번 연결 안 되면 손가락으로 코딱지만 한 이어폰의 페어링 버튼을 20초 이상 누르고 있어야 하다니, 그런 불편이 어딨나요? 그런 면에 있어서는 에어팟 프로나 맥스 모두 전혀 후회가 없습니다.
컴퓨테이셔널 오디오(공간감 오디오)는 넘어갈께요. 신기하긴 하지만, 애플티비 컨텐츠나 개발자 컨퍼런스 영상 정도에서만 가능하거든요. 단언컨대 이 헤드폰의 수명이 다 되기 전에 일반화될 일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돌비 애트모스까지 지원이 가능하고 헤드 트래킹을 위한 가속도 센서까지 내장이 되어있으니, 이게 일반 헤드폰은 아닌거죠. 컨텐츠가 부족해서 느끼기 쉽지 않긴 하지만 어쨌든 그렇습니다. 케이스 디자인은…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할게요.
애플 기기를 많이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후회는 안 하실 것 같네요. 확실히 소리만 가지고는 가성비 안 나옵니다. 소니의 1000XM 시리즈가 소리도 좋고 록 음악 드럼 소리에도 기름칠이 잘 되어 있으니, 에어 팟 맥스가 후려 잡는다 이런 이야기는 말도 안 되고. 근데, 예쁘잖아요?
그럼 됐죠.
머리가 조금 크신 분들에겐 비추에요.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