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적 좌절로 인해 스트레스가 넘치는 아침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오늘은 오전 10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벌써 몇 번이나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간단히 기록을 남겨보려 한다.

첫 번째는 이랬다. 평소에 한문철 변호사의 자동차 사고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하는 방송을 빼놓지 않고 보는 편인데, 상상을 초월하는 상황들을 계속 접하게 되다 보니 내 블랙박스의 메모리가 충분한지 궁금해졌다. 방송을 보면 볼수록 내가 대비할 수 있는 것은 블랙박스 정도였기 때문이다. 기존 메모리는 64기가였는데, 살펴보니 겨우 일주일 정도 분량을 보관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이유로 고용량의 메모리를 구매했고, 오늘 오전 교체를 하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교체하려고 보니 이 순정 대시캠에는 스크린이 없다! 메모리를 꽂아도 제대로 인식이 되었는지 알 길이 없음. 검색해 보니 상태를 보려면 대시캠에 앱을 연결을 해야 했다. 여기서 살짝 짜증이 났지만, 참을만했다.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은 아니기 때문이다.

천천히 앱을 설치해 구동시켰더니, 대시캠의 무선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창이 떴다. 대시캠의 SSID(대시캠에서 제공하는 무선네트워크 이름)와 패스워드가 기본 입력 되어있는데, 그 정보로 연결하니 보기 좋게 연결 실패. 애초에 대시캠에 스크린이 없으니 더 이상 뭘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해보니 대시캠의 초기화를 제안하며, 볼륨버튼과 전원버튼을 동시에 3초 이상 누르라고 했다. 그러면 삐빅 소리와 함께 재부팅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스무 번을 넘게 시도해도 대시캠에서 삐빅 소리는 나지 않는다. 대시캠은 마치 태어날 때부터 말을 못 했던 것처럼 침묵을 지켰다.
진심으로 주먹으로 힘껏 대시캠을 내리친 후, 바닥에 던져 발로 짓밟고 싶었다. 온몸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한문철이나 고용량의 메모리는 이미 내 사고의 영역에 존재하지 않았다. 거지 같은 대시캠을 디자인한 업체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듯 밀려 올라왔다. 저따위 대시캠을 순정부품으로 채택한 관련자는 누굴까? 21세기인 게 너무 아쉬웠다. 그런 놈은 과거에 태어나 능지형陵遲刑을 당했어야만 하는데…

나는 정신건강을 위해 다시 대시캠에 이전 메모리를 넣어두고는 자전거를 타고 동네 스타벅스로 갔다. 그런데 이곳에서 두 번째 상황을 맞닥뜨리게 됐다. 커피를 주문해 두고는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오려는 참이었다. 다시 나오기 위해서는 문의 도어록을 해제해야 하는데, 센서로 되어있어 손이 젖은 채로는 문을 열 수가 없었다. 또다시 살짝 짜증이 났다. 다한증이 있는 분들은 화장실 안에서 평생 살아야 할 수도 있으니 건대 근처 스타벅스를 방문할 때는 조심하시길 바라요.

비슷한 경험을 종종 하다 보면 딸깍딸깍 아날로그 스위치가 그리워진다. 경쾌한 소리나 모양만으로 온오프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 모두 마음에 든다. 나는 어렸을 때 거실 불을 껐다 켰다 반복하며 놀기도 했었다. 그러고 있으면 어지간한 스트레스나 고민은 날려버릴 수 있었다. 엄마는 커서 장님이 된다고 했지만, 지금까지는 크게 문제없었다. 하지만, 이런 로커 스위치들도 집 안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인데, 그렇게 변하고 있는 걸 보면 눌린 건지 아닌지 켜진 건지 아닌지도 제대로 알 수 없는 센서 스위치가 싫은 건 세상에 나뿐인가 보다.

그렇게 텔레비전의 스위치도 토글로 교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자리에 앉았는데, 바로 옆에 앉은 아저씨가 맨발을 뻗어 앞의 의자에 올려둔 채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마치 멕시코의 마리에타 히든비치에 홀로 앉아 맨발 위로 떨어지는 햇살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너무 편해 보여요. 아저씨.

편하게 기대고 있는 어깨를 발로 밀어버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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