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갈비찜 DIY 레시피

갈비찜이 먹고 싶었다. 직접 만들어먹어 본 적은 없지만, 그래서 뭘 준비해야 하는지 전혀 감도 없지만, 생각 없는 게 특기라 별 고민 안 하고 고기를 사러 집을 나섰다.

장바구니를 들고는 우선 집 근처의 니지야 마켓을 갔다. 식재료부터 도시락까지 먹는 것은 모두 판매하는 이 마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 사람이 가득하다. 월그린 같은 마트에도 도시락이나 초밥은 있지만, 맛이 없는 게 문제다. 특히 롤 류는 대부분 설익고 차가워서 더 그렇다. 하지만, 니지야 마켓은 다르다. 김밥부터 돈가스까지 모두 싱싱하고 맛있다. 특히 점심시간 직전에 바로 만들어진 것들은 웬만한 식당보다도 낫다. 하지만 아무리 샅샅이 뒤져봐도 갈비찜용 고기는 없었다. 고기에 뼈가 붙어있는 제품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갈비찜이 더 먹고 싶어 졌음

‘홀 푸트 마켓’, ‘세이프웨이’, ‘트레이더스 조’같은 큰 마트를 찾아갈 생각으로 인터넷을 뒤졌다. 이곳들은 모두 규모가 크기 때문에 갈비찜용 고기가 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근처에 —그래 봤자 역시 열 블록은 가야 하지만—‘트레이더스 조’가 있어 그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오랜만에 먹고 싶은 게 생겼는데 이 정도에서 포기할 수는 없다. 나는 먹고 말 것이다. 


트레이더스 조의 육류 코너에는 종류가 너무 많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야말로 고기에 압도당했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 많은 고기들 중 뼈가 붙어있는 것은 단 하나였다. 코너의 제일 아랫 칸에 마치 스티브 바이의 아이바네즈 기타처럼 늘어져 있던 슬픈 포장육. 

‘나는 너를 구매하겠다. 뼈가 있는 것은 너 하나뿐이니까.’

소 한 마리의 갈비를 그대로 들어내어 포장한 것 같은데, 11불이라니 이건 좀 놀랍다. 30불이면 소 한 마리를 끌고 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냉큼 들고는 후딱 집으로 향했다. 너무 허기져서 다른 생각은 아무것도 안 났다. 조금만 더 시간을 끌었다면 진공포장을 찢어내고는 생고기를 씹어먹었을지도 모른다. 

종종걸음으로 겨우 집에 도착해서는 ‘간편한 갈비찜 요리법’이라는 키워드로 인터넷을 검색했다. 그런데, 그런 거 없음. 갈비찜은 간편한 요리가 아니었다. 검색 포스트마다 조리법에 정성이 넘쳤다. 다들 이조시대 임금에게 진상하는 수라간 음식상궁처럼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다른 건 다 제쳐두고라도 핏물 제거에만 세 시간은 기본이었다. 어떤 사람은 제단에 올릴 흑염소처럼 열 시간 이상 핏물을 빼고 있었다. 대체 피를 왜 빼는 걸까? 몸에 안 좋은가? 그렇다면 선짓국이 존재하지 않았겠지. 나는 피를 빼지 않기로 했다. 

얼마 전 음식 예능에서 누군가가 칼보다 가위가 더 쓰기 쉽다고 했던 게 생각나서, 가위를 들어 고기를 해체했다. 하지만, 덩어리가 커서 그런지 잘 잘리지 않는다. 네 덩어리 정도 분리하다가 손가락이 아파 포기하고, 칼을 들었다. 칼을 사용하니 칵칵 순식간에 열두 토막이 나버리는 고기. 십 불 짜리 이케아 칼이면 곰도 해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분해된 고깃 덩어리를 물에 한번 씻고는, 끓는 물에 고기를 담갔다. 조금 끓이고 있자니 갈비탕 냄새가 솔솔 난다. 

‘갈비찜 만들다가 귀찮아 멈추면 갈비탕이 되는구나.’

요리는 모두 이어져 있다. 다음은 양념장이다. 검색했던 포스트 중 그나마 제일 간단한 것을 참고했다. 그것도 양념장을 만드는데 이런저런 재료를 꽤 많이 썼지만, 나는 간장과 설탕 밖에 없어 그것들을 대충 섞었다. 이걸 양념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동안 끓고 있던 고기를 꺼내어 칼집을 내야 한다. 레시피에서는 결의 반대방향으로 칼집을 내라고 하는데, 그 이유가 뭘까? 어차피 입에 들어가면 자근자근 씹어버릴 텐데 말이다. 칼집을 내는데 용이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칼이 잘 들어서 그런지 결 방향으로도 쉽게 칼집을 낼 수 있었다. 속도를 높이니 툭툭 끊겨나가는 그 손 맛에 왠지 셰프가 된 느낌이다. 마무리하고는 간장 같아 보이는 양념장을 뿌렸다. 15분 동안 재어 두라고 했지만, 나는 그 시간을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바로 양념장을 뿌린 고기를 꺼내 들어 같이 사 왔던 무와 함께 프라이팬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갈비탕 국물을 조금 넣고 자작자작 해질 때까지 계속 졸였다.

졸여지고 있는 냄새가 생각보다 좋았다. 맛을 보니 일반 갈비찜보다 조금 덜 달다는 생각이 들어 설탕을 들이부었다. 휙휙 섞고 나니 드디어 완성. 들어간 건 하나도 없는데 꽤 맛있었다. 사실 그 순간에 뭔들 맛이 없었을까싶긴 함.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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