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이다.
지난주처럼 이번 주말에도 비가 내렸다. ‘계절이 바뀌겠네’ 하는 때마다 비는 공기를 차게하고 대지를 식혔다. 겨울도 아쉬운 거겠지. 하지만, 그렇게 버티고 있어 봤자 결국은 봄을 건너뛰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다. 작년에도 그랬다. 생각 없이 지내다가 예쁘다고 사놓은 블루종은 입어보지도 못하고 여름을 맞이했었지. 내가 보기엔 올해도 입기는 글렀다.
인간은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는 변화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낀다. 물론 새로운 변화에 도파민 터지는 이들도 없는 건 아니겠지만, 대부분은 변화를 귀찮아한다. 새롭다는 건 익히고 적응해야 한다는 것의 다른 말이니까. 그런 이유로 계속 과거의 연장선 안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렇게 눈감고 지내다가 스위치가 켜지듯 순간적으로 다른 국면에 등 떠밀려 진입하게 된다. 변화는 미리 조짐을 보이며 아날로그적으로 진행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그것을 디지털적 변화처럼 느끼게 되는 이유다.
‘딸깍’ – 오늘부터 현금 안 받습니다. 카드만 돼요.
‘딸깍’ – 비디오테이프? 넷플릭스나 보세요.
‘딸깍’ – 주문은 키오스크로 알아서…
‘딸깍’ – 어제는 겨울, 오늘부터는 여름.
잠시 주변을 살피면서 얼마 남지 않은 봄을 좀 누려보시길. 어제 그 비에도 아직 벚꽃은 아직 끈질기게 남아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