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가 덥수룩한데 날씨가 너무 추워 다니던 곳이 아닌 집 앞의 헤어숍에 갔다. 그런데, 대학교 2학년 때 친구 단골 헤어숍에 따라갔다가 규니영님에게 직접 – 자기가 깎았으면서 – 구정중학생 머리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때 이후로 가장 병신 같은 머리가 나왔음. 집에 돌아와서 아무리 만져봐도 답이 없다. 이건 리만 가설*이고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이다.(*,** 모두 밀레니엄 수학 난제임)
‘왜 어떻게 해달라고 이야기 안 했어요?’ – 안 했겠나
‘(몰래 찍은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며) 최대한 자제한다고 했는데, 웃참 실패’ – 자제력을 길러라
‘(진지하게) 모자라도 쓰고 다녀야 하는 거 아네요?’ – 모자 써도 똑같음
‘살짝 실눈을 뜬다던가, 언뜻 보거나 하면 너인 줄 모를 거야. 걱정 마.’ – 걱정됨
‘회의 나중에 하시면 안 돼요?’ – 급한 의사결정 필요
‘(더 진지하게) 삭발을 하고 처음부터 다시 길러야 할 것 같은데…’ -…..
위축 돼. 일을 할 때도, 길을 걸을 때도, 심지어는 집에서 가만히 드라마를 보고 있을 때도… 문득문득 창피하고, ‘이 세상에 존재해도 되는 헤어스타일인가?’, ‘혹시 죄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발 죄는 아니길 빈다
모두 메리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