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크크’와 ‘영크크’

‘늙크크가 뭔지 알아요?’

하고 친구가 물어왔다. 나는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는데, 이 단어는 조금 복잡한 생성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었다. 태초에 코르티스라는 아이돌 그룹의 ‘YOUNGCREATORCREW’라는 노래에서 유래된 ‘영크크’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는 제목 그대로 ‘젊은 크리에이터 친구들’이라는 뜻이다.(참고로 노래는 거지 같음) 그런데 어린아이들은 이 단어의 대척어로 ‘늙크크’라는 단어를 만들고는 나이 든 사람들을 지칭指稱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크리에이터는 아닐 수 있는데 왜 모든 어른을 ‘늙크크’라고 하는 거지?

그렇게 물어보는 것 자체가 ‘늙크크’에요

괜히 물어봤다고 생각했음. 그런데, 어린 사람들은 ‘늙크크’라는 단어만 만든 것이 아니라 ‘늙크크’들의 특징까지 정의해두고 있었다. 주도면밀했다. 할 일이 그렇게 없나? 어쨌든 그렇게 듣게 된 ‘늙크크’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가만히 있자고 제안을 자주 함

‘어어~ 가만히 있어 보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고 한다. 어렴풋이 이런 말을 꽤 자주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건 혼잣말이지 제안은 아니라는 걸 ‘영크크’들은 알아야 한다. 단지 목소리가 클 뿐임.

소문나고 싶어 함

회식 때마다 ‘오늘 저녁은 뭘 먹어야 맛있게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한다는데, 사실 나도 들으면서 의문을 자주 가지게 되었던 표현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대리 때 과장님이 늘 점심 먹을 때마다 저 말을 했었다. 그렇다고 그분이 어디에 소문을 내는 노력을 했던 건 아니었음. 그러고 싶어 했지만 의지박약이었던 건가?

국수 언제 먹는지 궁금함

‘강대리, 언제 국수 먹여 줄 거야?’라고 한다는데, 아니 결혼식 점심은 뷔페 아닌가? 하지만 옛날에는 국수를 줬을 지도 모른다. 우리도 가난했던 시대가 있었으니까. 잔치국수라는 것도 있잖아? 그런데, 애도 아니면서 왜 먹여달라고 까지 하는 거지? 이렇게 이해가 안 가는 걸 보면 나는 ‘늙크크’가 아닐 수도 있음.

예언을 좋아함

‘김대리 또 늦었지? 안 봐도 비디오야’ 그런데 이건 진짜 나도 많이 쓴다고 살짝 고백. 그런데 무슨 뜻인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써왔던 것 같다. ‘안 봐도 유튜브야’ 뭐 요런 식으로 해야 하는 걸까?

리더십이 넘침 혹은 색맹

그냥 자기만 건너면 될 텐데 굳이 사람들에게 ‘파란불이다. 건너자’라고 이야기한다는데, 수다스러운 영크크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않나? 어쩌면 ‘파란불’이 문제일지 모른다. 사실 신호등의 보행자 신호는 ‘녹색’이다. 혹시 옛날에는 보행자 신호가 ‘파란색’이었나? 아시는 분들은 제보 바람.

고어 혹은 사어死語의 향연

고수부지, 선, 극장, 테레비… 그런데 개인적으로 텔레비전은 뭐라고 해야 하는 겁니까? 큰 모니터? LCD 혹은 LED패널 대형 수상기受像機? 영상을 볼 수 있는 스크린이 달린 벽걸이? 대체 뭐냐고… 그냥 안 부르는 겁니까? 대답해 보시오. 영크크.

시대초월적 경험의 공유

‘이 근처가 옛날에는 모두 논밭이었어’ 라든가, 6.25 때 피난 가던 경험을 이야기해준다고 한다. 6.25 때 전차를 타고 피난 가던 경험담은 나도 정말 들어보고 싶음. 그 시대에 기차가 있었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어쨌든 듣고 나니 황당해서 ‘영크크’의 특징도 정리해서 공유하고 싶어 졌지만, 어른의 평정심으로 이겨냈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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