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덜미에 문신이라고 하니, 삼사 년 전쯤 같은 건물에서 일하던 여자 변호사가 생각난다. 머리도 스포츠 타입으로 아주 짧게 하고 다녔는데,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면 특별히 신경 써서 보려 하지 않아도 목덜미에 ‘마음 심’자 문신이 선명하게 보였더랬다.
목덜미에 문신이라고 하니, 삼사 년 전쯤 같은 건물에서 일하던 여자 변호사가 생각난다. 머리도 스포츠 타입으로 아주 짧게 하고 다녔는데,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면 특별히 신경 써서 보려 하지 않아도 목덜미에 ‘마음 심’자 문신이 선명하게 보였더랬다.
이맘때쯤이었을 거다. 서울로 돌아오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생활을 정리해야 했던 게 말이다. 정리라는 건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을 끝도 없이 해야 한다는 거였다. 인터넷, 전기, 그리고 가스도 모두 다른 기관을 통해 출발하는 날로 정지 요청을 했고, 열 달 전 집 열쇠를 잃어버렸을 때…
연주자들과 유리된 공간에 존재하다가, 그 안으로 들어가 여러 세션들이 만들어낸 그루브 위에 자신의 기타 소리를 얹게 되는 경험이라니! 얼마나 짜릿했을까요? 두근두근, 드럼 소리보다 더 크게 들리는 자신의 심장소리, 고막이 아닌 몸 전체의 울림으로 듣는 사운드. 그리고, 같이 공명하는 연주자들, 동료들.…
가끔 생각나면 아이유와 김연아의 ‘얼음꽃’을 듣는데, 그때마다 살짝 미소가 지어지는 걸 어찌할 수 없다. 듣고 있으면 어린 아이유가 김연아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네가 피겨의 여왕이면 다야? 난 가수라고! 그것도 어ㅁ청난!!”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와서는, 자전거를 내리고 새로 산 체인 락을 거치대에 밀어 넣었다. 체인 락은 경쾌하게 ‘딸깍’ 소리를 내며 거치대의 스냅 인 포트에 단단히 고정되었다.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자전거에 올라 집으로 달렸다. 확실히 뒤에서 덜컹거리는 느낌도 없었다.
오전에 발생했던 문제를 해결하느라 평소보다 늦게 점심을 먹으러 오는 바람에 배가 고팠던 나는 테이블에 먼저 깔린 피클을 한입 깨물어 먹으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연륜이라는 건 정리되어 이마에 붙어있는 게 아니라 그 몸과 정신 속에 그대로 내재되어 있고, 그것이 제대로 전이되기 위해서는 관찰이라는 비효율적 시간소비가 필요하다. 같이 옆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에 ‘찰칵’ 하고 사진을 찍듯 건져낼 수 있다.
하지만 수년 전 여름, 엄청난 수의 날벌레에 강변역이 지배당했던 적이 있었다. 역 주변에 어둠이 깔리고 플랫폼 천정의 라이트가 켜지면 지구 상에 있는 날벌레들이 모두 강변역으로 몰려들었다. 뉴스에도 나올 정도였는데, 아나운서는 그 벌레를 ‘압구정 벌레’라고 했다.(왜 압구정 벌레인지는 설명해주지 않았음)
천천히 일어나 건조기에 넣어두었던 이불 커버를 빼내어 거실 창문 옆 소파에 넓게 펼쳐 걸어 둔다. 건조기가 빨랫감의 건조시간을 어떤 로직으로 계산해 내는지는 모르겠지만, 건조된 빨랫감들은 아직 – 설거지 후 건조대에서 마지막 물기를 바람에 날려버리기 전 주방용품들처럼 – 살짝 습기를 머금고…
그녀는 오늘이 카페를 정리하는 날이라고 했다. 계약 기간도 만료되었고, 장사가 아주 잘 되는 것도 아니고, 겸사겸사 오늘 오후에 짐을 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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