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불면증에 관한 이야기. 보통 새벽 두 시에 잠들어서 아침 일곱 시쯤 일어나는 패턴은 대학 때부터 얼마 전까지 꽤 오래 이어지고 있었고, 익숙해져서 그런지 그 정도 수면으로도 생활에 지장이 없었다. 물론 낮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밤 11시쯤에 잠이 쏟아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대부분 잘 견뎌내어 취침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해 왔다. 그리고, 그게 효율적으로 살아가는 증거라 생각했다. 얼마 전 한 유튜브 클립을 보기 전 까지는…
그 의학전문 유튜버는 수면이 부족하면 수명이 단축될 수 있고, 심지어는 치매가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고 했다. 내 수명을 제대로 알 길이 없으니 수명 단축이라고 해봤자 크게 와닿을 리 없지만, 치매는 조금 다르다. 뭔가 점점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건 견딜 수 없는 일이니까. 극복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잠을 많이 자면 된다.
우선 잠자리에 일찍 들어가는 건 생각보다 나쁜 경험은 아니었다. 이불에 폭 덮여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이걸 모르고 있었다니’ 지금까지 대체 난 왜 그렇게 깨어있으려고 발버둥 친 걸까? 딱딱한 방바닥에서 졸다가 온몸이 구겨진 듯 뻐근했던 경험이여 이젠 안녕!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잠이 들어도 일찍 깨버린다는 거였다. 새벽 두 시 혹은 늦어도 세시쯤이면 눈이 떠졌다. 그리고는 다시 잠을 잘 수 없었다. 각성제를 먹은 듯 눈이 감기질 않았다. 시야는 맑고, 의식은 유리처럼 투명했다. 내 온몸은 이미 다음 날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후였다.
다시 잠이 들기 위해 따듯한 우유를 마셔봤지만 비리기만 했다. 눈을 감아도 눈동자는 눈꺼풀 너머로 빛을 찾았다. 머리를 비우려 해도 이미 작동을 시작한 두뇌는 자꾸 무언가를 계속 떠올렸다. 다 포기하고 책을 들면 또 글이 눈에 안 들어왔다. 얼마 안 있으면 날이 밝으니 읽어봤자 얼마나 읽겠냐는 생각일까? 하지만 아직 날이 밝으려면 네 시간이 넘게 남았는데… 낮에도 십분 이상 독서를 지속하기 어려운 집중력을 가진 나잖아! 맙소사, 몸의 모든 기관이 깨어있긴 하지만 제대로 작동하는 건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애매하게 밤을 보내고 나면 다음 날 컨디션이 좋을 수가 없다. 구멍 난 의식으로 대충 하루를 꾸역꾸역 보낸다. 그러다가 겨우 집에 돌아오면 뭔가를 먹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었다. 씻지도 않고 바닥에 누워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잠이 들었다가 맑은 정신으로 깨어나면 또 새벽 두 시.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상황인데… ‘사랑의 블랙홀’, ‘트라이앵글’, ‘소스 코드’, ‘에지 오브 투모로우’잖아 이거.
새해를 맞이한 지금도 아직은 저 상태다. 지난주 금요일에도 가까스로 퇴근해서는 식사만 겨우 하고 쓰러졌다가 신생아 같이 맑은 정신으로 새벽 두 시에 깨어났다는 거.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치매의 리스크는 줄이지 못한 채 피로만 더 등에 지고 살게 되어버린 이 상황을… 유튜브를 끊던지 해야지. 하지만 올해부터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정기구독 했다는 황당한 반전.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원만한 수면생활을 누리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