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양병원의 환자가 숨을 거두기 전 맑은 정신이 돌아오듯, 요 며칠 더운 기운을 모두 숨긴 채 온 힘을 다해 봄인 아침이다.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서 맞는 그야말로 완전한 봄날. 나는 자전거를 타고 나와 동네 앞 카페에서 2025년 봄과는 안녕을 고하고 있다. 그런 날이라면 이 노래가 딱 어울린다. 아델 보다는 김고은의 Make You Feel My Love. 이 분위기를 이어가려면 어떤 곡이 좋을까?
로제 – Number One Girl
그녀의 목소리는 이 분위기를 이어가는데 더할 나위 없다. 나는 아파트보다는 이 곡이다. 물론 아파트도 좋다. 윤수일의 아파트는 운동회 때만 좋음.
차은우 – Stay
이런 얼굴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렇게 노래 부른다는 건 좀 숨기고 싶다. 분명히 못난 점이 있을 것이다. 반드시다.
악동뮤지션 –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이 곡 만으로 찬혁은 인간으로 태어나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다 했다.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하늘이 무너지는 곡.
이소라 – 신청곡
‘조곤조곤 나는 하고 싶은 말을 할 거야.’ 감정 하나 안 실린 드라이한 목소리에 가슴이 무너지는 이유는 뭘까? 모르겠음.
아이유 – Bye summer
24년 비가 내렸던 어느 월드투어 콘서트. ‘비 오네.’ 하며 시작했던 이 라이브를 보며 ‘이렇게 화려한 이별이 세상에 있구나’ 싶었지.
그때 그녀가 뒤로 했던 여름이, 지금 내 앞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