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

뇌졸중은 아니지만 내 친구 중 하나는 길의 둔턱이나 장애물 때문에 다리를 삐끗하게 되면 가끔 무릎이 빠진다고 한다. 다리가 귀에 걸쳐진 이어폰도 아닌데 그렇게 쉽게 툭 빠질 수 있는 건가? 

달려라, 기린

하지만, 그날 내 눈앞에서 머리를 꼿꼿이 들고 우아하게 달리던 기린은 한마디로 경이驚異 그 자체였다. 달리느라 정신없어 보이는 몸통 아래와는 달리, 목 위쪽은 한없이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심지어 그 목은 한치의 흔들림 조차 없었다. 마치 그 피부 안쪽에 단 하나의 목뼈만을 가지고 있는…

성수미술관

월드타워 지하 1층에는 ‘성수 미술관’이라는 그림 그리는 카페가 있다. 언젠가 타워 지하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마주했던 그 카페는 이만 원 남짓의 요금을 내면 두 시간 동안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화실이었다.

자전거

수명이 일주일도 안 되는 날벌레들은 힘들게 세상에 나와 날갯짓을 할 수 있게 되자마자 거대 동물의 눈꺼풀에 압사당하고 만다. 처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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