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할 줄 아는 음식이라고는 라면뿐이고, 주말에는 택배 아저씨가 경비실에 물건을 맡겨둔 경우가 아니면 거의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주변에 한두 사람쯤은 있는 그런 흔한 사람. 그런데, 어찌어찌 혼자 일 년 동안 샌프란시스코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 김에 생활 관점에서 정착하고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시간나는 대로 가볍게 기록해보자고 결심했었죠. 하지만, 살아내야 한다는 건 – 그 기간과는 상관없이 – 여행과는 또 다른 무게감이 있었습니다.

여행자의 입장에서 본 마켓스트리트는 블루밍데일스 백화점과 케이블카의 종점이 있는 예쁜 거리겠지만, 생존을 위해 지나다녀야 하는 그곳은 노숙자가 가득하고 대마초 냄새가 가득 찬 우울한 거리일 뿐이라니까요? 하지만, 살아간다는 건 새로운 발견의 연속이니까.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즐거운 일이 생기기도 하고, 대충 걷던 발 끝에서 놀랍게 예쁜 광경과 마주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주말마다 샌프란시스코 서쪽 끝의 프리시디오 공원 스타벅스에서 태평양을 내려다보며 여행지가 아닌 사람 사는 곳의 기록을 남기게 되었는데,

이름하여 ‘샌프란 통신’입니다

그곳에 살 때 어설프고 두서없게 써 내려갔던 글들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다듬어서 차곡차곡 소개해볼까 하는데요. 제대로 끝맺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런 건 나중에 고민하기로 하고, 일단 2015년~2016년의 샌프란시스코로 천천히 돌아가 볼까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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