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과 담요

얼마 전 뉴요커에서 ‘Gravity Blanket’이라는 담요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이 담요는 개인 몸무게의 10% 정도의 무게인데, 다른 가벼운 것과는 달리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안정감을 높여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혈기왕성한 20대의 친구들이 기획한 이 담요는 킥스타터(클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최초 2천만 원 정도를 목표로 펀딩을 시작했는데, 첫날에 모금액의 7배를 거둬들였으며 마감 시에는 약 53억 원을 끌어들였다!
미국에서는 70%가 일주일에 하루 이상 편하게 잠들지 못하고 있고 사천만 명이 지속적인 불안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하니, 편안한 삶을 위해 30만 원 정도는 기꺼이 투자할 수 있는 사람들이 꽤 있었나 보다. 물론 나처럼 누워서도 끝까지 잠들지 않겠다고 버둥거리다가 태블릿을 면상에 떨어뜨리는 사람에겐 하등 쓸모없는 물건일 테지만…

어떤 연구결과에 의하면 스트레스 해소에 가장 이상적인 것은 허그 hug 이며, 그에 가장 근접한 압력은 자신의 몸무게의 10%라고 한다. 이 담요는 6.8kg, 9kg, 11.3kg의 세 가지 옵션이 있는데, 바로 이 연구결과에 착안하여 가장 보편적인 옵션을 계산했다고 한다.(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적당한 옵션이 추가될 때까지 조금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이 기사를 쓴 여성 저널리스트는 킥스타터에서 이 담요를 보고는 바로 Gravity사에 프로토타입을 보내줄 수 있는지 문의했고, 그들은 흔쾌히 20파운드 모델을 보내주었다.(그다지 궁금하지는 않겠지만 그녀의 몸무게는 90kg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녀는 일단 이 담요를 덮으면 아주 깊이 잠들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는데, 9kg이나 되는 물건이 몸통을 내리누르고 있으니 자는 것 말고는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긴 하다. 가장 가벼운 것도 7kg쯤 되기 때문에 어떤 옵션이든 덮고 자기만 하면 바로 가위에 눌릴 것만 같은데, 킥스타터의 펀딩 금액이나 이후 상황을 보면 효과가 꽤 있긴 한 것 같다. 

자신이 스트레스를 별로 받지 않는 성격이라고 하더라도, 허그를 좋아한다면 – 하지만, 슬프게도 해줄 사람이 없다면 – 한번 구매해보는 건 어떨까? 

아마존에서 수많은 ‘Gravity Blanket’ 제품이 검색되지만 오리지널은 아마존에 입점하지 않았다고 하니, 구입하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실수로 가품을 구입하게 되지 않도록 조심하길 바란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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