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니 출근 길이 영 불편한 게 아니다. 지하철에서 뒷사람의 우산이 십 분 전부터 내 허벅지를 적시고 있는데, 이대로 놓아두면 빗물이 등줄기까지 타고 올라올 것 같다. 그 상황에 짜증이 솟구치던 중 갑자기 희한한 목덜미를 발견하고는, 바지가 젖고 있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문쪽에 기대어 서있는 한 여자가 목덜미에 문신을 했는데, 심장 박동선 가운데에 하트가 있는 모양이다. 아무리 봐도 그리다 만 것 같은 느낌으로, 완성작이라고 보기엔 뭔가 조금 부족해 보였다.
“목덜미 문신이 그렇게 비싼가요? 그렇다면, 2만 원어치만 부탁해요.”
라던지,
“지금 클라이언트의 급한 콜 때문에 가봐야 해요. 나머지는 다음에…”
정도의 사건 이후 아직 수습되지 않은 상태인 것 같은데, 만약 완성작이라고 한다면 내가 직접 하트에 칠이라도 해 주고 싶을 정도이다. 제발 완성작이 아니길 빈다.
목덜미에 문신이라고 하니, 삼사 년 전쯤 같은 건물에서 일하던 여자 변호사가 생각난다. 머리도 스포츠 타입으로 아주 짧게 하고 다녔는데,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면 특별히 신경 써서 보려 하지 않아도 목덜미에 ‘마음 심’자 문신이 선명하게 보였더랬다. 문신이 조금 오래되면 생 돼지고기에 양품 도장 찍힌 마냥 푸르스름해지는데, 그녀의 문신이 바로 그랬다. 꽤 오래된 것 같은데 대체 어떤 마음을 다스려야 할 사연이 있었길래 저런 문신을 하게 된 걸까 궁금했다. 물론 그냥 ‘마음 심’자가 좋았을 수도 있다.
말이 조금 샜는데, 아침의 그 여자분 꼭 빨리 시간을 내서 문신을 완성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