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화면 뒤쪽에 깔아 두고 밀린 일들을 하고 있었다. 목소리만으로는 가수를 잘 알아채지 못하는 나지만, 알고리즘으로 큐레이팅 되던 복면가왕의 클립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고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박지윤이네
박지윤이었다. 사람들이 성인식으로만 기억하고 있는 그녀를 내가 좋아하게 된 건, ‘꽃, 다시 첫 번째’ 앨범 이후였던 것 같다.
그녀의 목소리는 언제 어디에서 들어도 바로 알아들을 수 있다. 특히 ‘꽃, 다시 첫 번째’ 앨범은 아주 오랫동안 계속 듣고 다녀서 한곡 한곡 클라이맥스 직후의 숨소리까지도 모두 기억하고 있다. 어디는 적당히 허스키하고 어디는 바짝 말라 바람에 바스러지기 직전같이 불안한 그녀의 목소리는 노래를 하는 무표정한 그녀의 모습과 찰떡궁합이다.
보통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음악들은 과거의 어떤 경험과 연결되어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배경음악 역할을 하는데, 그녀의 곡들은 그 자체가 과거의 일부가 되어 기억에 남아 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곡들 중 하나가 ‘바래진 기억에..’였고, 그 곡을 들을 때마다 주변과 오버랩되어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그녀의 무표정한 모습이 떠오른다.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웅크린 채 점점 작아져 이내 자신이 소멸되기 만을 기다리는 그 장면은 세상에서 가장 고독하고, 또 우울하다. 그리고, 그렇게 그녀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우울을 만나볼 수 있게 된다는 거…
* 개인적으로 ’바래진 기억에…’ 라는 노래에서 ‘내 안에서 숨 쉬어 줘’ 부분을 가장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