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백과 짐바브웨의 악어농장

에코백은 면 소재로 만들어진 단순하고 가지고 다니기 부담 없는 가방이다. 이 가방은 1997년 영국의 한 디자이너가 환경 자선단체와 함께 만들어 ‘나는 비닐백이 아닙니다(I’m not a plastic bag)’라는 슬로건과 함께 판매를 시작했다고 한다. Plastic Bag이라 하니 생각나는데, 미국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 늘 계산대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었다.

‘Paper bag? or plastic bag? (종이가방에 줄까? 아니면, 비닐봉지에?)’

저 질문을 들을 때마다 드릴, 해머 등의 공구를 넣어 다니는 플라스틱 하드케이스를 떠올렸는데, 종이봉투보다는 비닐백이 쓸모가 많아 매번 ‘Plastic bag, please’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환경단체 분들께는 죄송)


고가 가방들은 보통 동물의 가죽을 사용해서 만들어지는데, 동물 보호단체 페타(PETA)가 가방의 소재인 악어가죽을 얻기 위해 자행되는 동물 학대 장면을 폭로한 것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이 영상은 가죽을 얻기 위해 악어의 코를 잡아 누른 후 – 악어에게도 코가 있습니다. 여러분! – 머리 뒤통수 부분을 잘라 칼을 밀어 넣고 척추를 꼬리 밑부분까지 쭉 밀어 내려 생가죽을 벗기는 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는데, 환경보호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 장면을 보면 기겁을 할 만했다. 악어가 귀엽고 호감 넘치는 동물은 아니지만, 그 영상처럼 비참하게 죽어간다고 생각하면 – 악어가 나를 물어뜯지 않는다는 전제로 – 어떻게든 구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짐바브웨 악어가죽 농장은 에르메스에 가죽을 납품했었는데, 이 방송을 본 제인 버킨(에르메스의 버킨백의 모티브를 주었던 영국 가수이자 배우)은 제조 공정에 대한 국제기준이 마련되기까지 버킨백의 이름을 바꾸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국제기준이 마련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도 그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이 버킨백을 하나 만드는데 악어 세 마리가 희생된다고 한다. ‘악어 세 마리 분의 가죽이라니… 버킨백은 무슨 히말라야 등반용 백팩인가요? ’라고 묻고 싶어 지지만, 뭔가 이유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사람은 소도 버리는 것 하나 없이 다 먹고 있고, 나도 개인적으로 쇠고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악어가죽 농장에 대해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비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명품 가방 제조사들이 ‘먹고사는 것과는 다르지 않느냐?’라는 환경주의자들의 논리적 비난에 맞서려면, 식품사업에 뛰어들어 악어 고기 햄버거라도 만들어 팔아야 하지 않을까?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에코백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꾸준히 판매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20만 원이 넘는 에코백이 등장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도 꽤 잘 팔린다고 하니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다. 샌프란시스코의 MoMA에 가면 기념품점에서 마트에서 물건을 담아줄 때 쓰는 것 같은 노타백(천 소재로 만들어진 백팩)을 45불에 팔고 있는데, 구경하고 있는 동안에도 서너 명이 집어 들고 계산대로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45불의 값어치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노타백을 만드는데 악어가 희생되지는 않는다. 그건 그렇고, 

여행객들이 아마존 강을 따라 평화롭게 구경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집채만 한 악어가 나타나 이들을 덮치려 한다. 이때, 에르메스에 의해 고용된 특전사가 등장해 악어와 사투를 벌여 여행객들을 구해내고는 천천히 이야기한다.

“이놈 가죽으로 가방도 만들어 드릴까요?”

여행객들은 박수로 환호하며 말한다.

“그놈의 코를 누르고 뒤통수부터 베어달라고요!”

혹시 이런 동영상이었으면 어땠을까? 그냥 갑자기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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