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좀 내버려 둬요

나는 발이 지면에서 떨어지고 몸이 내 마음대로 컨트롤 안 되면 맥을 못 추는 타입이다. 그런 상태로 몸이 휘둘리게 되면 온몸에 힘이 빠지고 영혼은 반쯤 이탈해 버린다. 덕분에 놀이기구는 – 회전목마나 범버카를 제외하고는 – 대부분 원심 분리기나 고문 도구처럼 보일 뿐이고, 걸음마를 뗀 이후 줄곧 이용해 온 자동차조차도 늘 큰 심호흡을 하고 오르게 된다.

특히 차를 탈 때, 좌석에 앉으면 순간적으로 몸에서 힘이 빠져버린다.(내가 운전하는 경우는 괜찮음) 그때는 차가 움직이기 전에 전투적으로 가장 편한 자세를 찾아야만 한다. 그런 후 변사체처럼 눈을 감고 더는 움직이지 않는다. 자리를 잡은 이후에 보면 진심 변사체 같다고 한다.(나는 모름) 혹자는 ‘졸린가 본데?’ 하는데 그건 졸린 것과는 좀 다르다. 조는 것처럼 보일 테지만, 정신 및 오감은 가장 선명하기 때문이다. 도착할 때까지 연옥을 헤매는 기분으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그건 몰랐지?

가끔 수다스러운 운전자와 차를 타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친한 경우에는 모른 척하고 자 버리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좀 난처해진다. 내 답변의 성실도로 일찍 눈치를 채 준다면 고마울 것 같은데, 역시 그렇게 남의 상태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이다. 아니, 많지 않은 게 아니라 없다.

라디오 볼륨 따위는 네 맘대로 좀 하라고요!


터치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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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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