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네즈 켄시의 Kick Back은 인트로의 베이스에 밀려 레일 위에 강제로 올라타게 된 후 노래가 끝날 때까지 폭주 기관차를 탄 듯 끌려다닐 수밖에 없어. 이 곡을 듣는 동안에는 다른 어떤 생각도 할 수 없다는 거. ‘그런데, 날씨가 참 좋네.’ 라든가 ‘약속시간이 얼마 남았지?’같은 여유는 꿈도 꾸지 말 것. 비트 단위로 쪼개진 곡 안에 배치 가능한 극한의 음표를 밀어 넣고 보컬과 악기를 혹사시키는 이 곡은 마치 안전그물 없는 공중곡예 서커스를 보는 듯하니까.
이 곡은 록음악이지만, 요네즈 켄시의 음악은 특정 장르에 머무르고 있지는 않아. 아니 아예 장르라는 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랄까. 그의 음악은 장르적 특징보다는 하치라는 필명으로 활동했던 보컬로이드 음악의 특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보컬로이드는 야마하에서 개발한 음성합성엔진으로, 아마추어 음악가들은 자신의 작곡에 이것으로 보컬을 입혀 활동하고 있지. 아무래도 이 방법은 기성 가수처럼 퀄리티 있는 보컬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에, 보컬로이드 곡들은 대부분 보컬 외적인 부분에 더 비중을 두어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어. 그런 이유로 빠른 비트 사이를 많은 악기로 촘촘하게 채우며 복잡한 코드를 왔다 갔다 하는 곡이 많아. 숨이 넘어가고 싶지 않다면 Kick Back을 노래방에서 부르는 것은 자제하길!
보컬로이드로 시작된 그의 음악 여정은 꽤 성공적이었어. 그의 작품들은 매력적인 멜로디와 독특한 가사, 생동감 넘치는 이미지로 니코 니코 동화(일본의 과거 유튜브 같은 서비스)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마트료시카’, ‘판다 히어로’, ‘호박 부인의 황당한 꿈’ 등은 그를 유명하게 만든 히트곡들이야. 그렇게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던 2012년, 요네즈는 보컬을 기계 합성음에서 성대로 전환하는 대담한 도약을 단행하며 메이저 음반시장에 발을 딛게 돼. 그의 데뷔 앨범 ‘디오라마’는 보컬로이드 음악의 강점을 더욱 다양한 스타일로 녹여내며 신화의 시작을 알렸지. 개인적으로 요네즈의 등장은 팬덤 중심의 일본 메이저 음악 기류를 음악 중심으로 전환시키는 중요한 기점이 되었다고 생각해.
2018년, 그의 ‘레몬’은 유튜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현재까지 8억 뷰의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 노래는 일본 드라마 “언내추럴”의 O.S.T로도 사용되었는데, 요네즈는 이곡도 작사, 작곡, 편곡, 보컬, 믹스, 마스터, 비디오 프로듀서 등을 혼자 해내고 있어.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슬픔, 기억, 순수함, 행복을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레몬을 형상화시켜 표현해 낸 이 비디오 클립은 전 세계 리스너들의 마음을 울렸지.
나는 그의 음악적 재능도 재능이지만 미술적 재능에 더 끌리는 편인데, 그의 일러스트나 영상은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메시지가 있고 철학이 있다. 그런 고민들은 그의 작품을 보다 유니크하게 포장해 줘. 덕분에 그의 음악을 영상과 함께 보고 있으면 마치 종합 선물세트를 마주하는 느낌이 든다. 그는 작품에서 자신의 감정과 의도를 솔직하게 표현하지만, 명시적 결론을 제시하지 않으며 나름대로의 해석을 하도록 리스너들을 자극하기도 해. 나는 이런 점이 마음에 들어. 누가 뭐래도 예술이란 건 일상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요네즈는 다재다능함과 독창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일본 음악계에 자신의 족적을 남기고 있는 것은 확실해. 나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장르와 스타일을 넘나드는 이 아티스트를 주의 깊게 지켜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