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겨울이다. 이제 온도가 왔다 갔다 하더라도 그건 간절기적 현상은 아닌, 단지 따뜻한 겨울일 뿐이다. 벌써 11월도 저물어가고 있단 말이다. 어제 함께 일하는 친구가 ‘겨울이 오면 얼음낚시나 한 번 갈까?’하고 입을 열었다.
이미 겨울이라고!
당장 얼음낚시를 가라고!
물론 나는 가지 않을 것이다.
인스타의 릴스에 가끔 야한 영상이 떠서 깜짝 놀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옵션에서 민감한 영상이 큐레이팅되는 빈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설명대로 따라가 보니 정말로 민감한 내용이 포함된 콘텐츠에 대한 필터링 강도 선택 메뉴가 있다! 그런데 [더 적게 보기] 뿐만 아니라 [더 많이 보기]도 있네? [더 많이 보기]라… 볼 때 조심하면 되니까 뭐.
최근에는 폰을 자주 바꾸지 않았다. 언젠가부터는 카메라만 조금 업그레이드되는 것 말고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보여) 서였다. 게다가 점점 폰으로 별것 안 하게 된 이유도 있다. 인터넷 검색 혹은 유튜브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정도. 메신저를 쓰거나 이체를 하는 건 오 년 전 폰이라도 가뿐할 거다. CPU는 매년 놀랄 만큼 발전해 왔으니까.
그런데 최근 교통사고를 당하고 난 이후 생각이 많아졌다. 아이폰 15가 발매되었는데 13인 채로 죽을 뻔했었다니… 사고가 난 다음날 바로 아이폰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전하기가 너무 귀찮아서 주중 내내 책상 위에 올려두기만 했다. 주말이 되어 큰 맘을 먹고 이전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걸린다. 지겨웠다.
금융 앱은 각각 다시 인증서 설치를 해줘야 했다. 심지어 우리은행은 보안카드 번호까지 입력해야 했다. 맙소사, 보안카드라니. 그런 건 인류를 괴멸시킬 핵폭탄 발사 전에나 체크하라고! 절대 발사할 수 없을 테니까. 패스워드 관리 앱은 드롭박스에 넣어둔 암호화 데이터를 다시 연결해줘야 한다. 그래서 드롭박스에 로그인하려는데, 그 정보는 패스워드 관리 앱 안에 있는데 어쩌나. 거지 같은 우로보로스적 상황에 분통이 터졌다.
새벽 세시 즈음이었을 거다. 갑자기 머리가 맑아진게… 내가 뭣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거지? 폰을 이전해도 생활이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을 거였다. 장례식을 꽤 많이 갔었지만 ‘우리 할아버지가 다행히 임종 때 새 폰을 가지고 계셨거든.’ 같은 말을 들은 적은 없다. 아니 돌아가신 분의 핸드폰 이야기를 해본 적도 없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왜 하겠어? ‘어머.. 어째. 폰을 바꾸셨어야 했는데 말이야.’ 이따위는 상식에 어긋나는 식장 대사일 뿐이다.
냉정히 생각해 보면 애초에 남에게 보이기 위해 구매하려던 건 아니었다. 단지 내 만족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죽는 순간의 만족을 위해 잠도 못 자고 세 시간이 넘게 스트레스를 받는 게 과연 합당한 건가? 이렇게 노력했는데 여명 시 다른 생각을 하면 어쩌지? ‘아 무서워.’ 라던지 ‘야동을 삭제할걸.’ 같은 생각이 앞설 수도 있다.(물론 야동은 없음)
어쨌든 그런 고통의 시간을 견디며 겨우 작업을 완료했다는 이야기.
주말이 엄청난 속도로 스쳐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