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023-11-26

완연한 겨울이다. 이제 온도가 왔다 갔다 하더라도 그건 간절기적 현상은 아닌, 단지 따뜻한 겨울일 뿐이다. 벌써 11월도 저물어가고 있단 말이다. 어제 함께 일하는 친구가 ‘겨울이 오면 얼음낚시나 한 번 갈까?’하고 입을 열었다. 

이미 겨울이라고!
당장 얼음낚시를 가라고!

물론 나는 가지 않을 것이다. 


인스타의 릴스에 가끔 야한 영상이 떠서 깜짝 놀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옵션에서 민감한 영상이 큐레이팅되는 빈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설명대로 따라가 보니 정말로 민감한 내용이 포함된 콘텐츠에 대한 필터링 강도 선택 메뉴가 있다! 그런데 [더 적게 보기] 뿐만 아니라 [더 많이 보기]도 있네? [더 많이 보기]라… 볼 때 조심하면 되니까 뭐.


최근에는 폰을 자주 바꾸지 않았다. 언젠가부터는 카메라만 조금 업그레이드되는 것 말고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보여) 서였다. 게다가 점점 폰으로 별것 안 하게 된 이유도 있다. 인터넷 검색 혹은 유튜브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정도. 메신저를 쓰거나 이체를 하는 건 오 년 전 폰이라도 가뿐할 거다. CPU는 매년 놀랄 만큼 발전해 왔으니까. 

그런데 최근 교통사고를 당하고 난 이후 생각이 많아졌다. 아이폰 15가 발매되었는데 13인 채로 죽을 뻔했었다니… 사고가 난 다음날 바로 아이폰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전하기가 너무 귀찮아서 주중 내내 책상 위에 올려두기만 했다. 주말이 되어 큰 맘을 먹고 이전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걸린다. 지겨웠다.
금융 앱은 각각 다시 인증서 설치를 해줘야 했다. 심지어 우리은행은 보안카드 번호까지 입력해야 했다. 맙소사, 보안카드라니. 그런 건 인류를 괴멸시킬 핵폭탄 발사 전에나 체크하라고! 절대 발사할 수 없을 테니까. 패스워드 관리 앱은 드롭박스에 넣어둔 암호화 데이터를 다시 연결해줘야 한다. 그래서 드롭박스에 로그인하려는데, 그 정보는 패스워드 관리 앱 안에 있는데 어쩌나. 거지 같은 우로보로스적 상황에 분통이 터졌다. 

새벽 세시 즈음이었을 거다. 갑자기 머리가 맑아진게… 내가 뭣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거지? 폰을 이전해도 생활이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을 거였다. 장례식을 꽤 많이 갔었지만 ‘우리 할아버지가 다행히 임종 때 새 폰을 가지고 계셨거든.’ 같은 말을 들은 적은 없다. 아니 돌아가신 분의 핸드폰 이야기를 해본 적도 없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왜 하겠어? ‘어머.. 어째. 폰을 바꾸셨어야 했는데 말이야.’ 이따위는 상식에 어긋나는 식장 대사일 뿐이다.

냉정히 생각해 보면 애초에 남에게 보이기 위해 구매하려던 건 아니었다. 단지 내 만족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죽는 순간의 만족을 위해 잠도 못 자고 세 시간이 넘게 스트레스를 받는 게 과연 합당한 건가? 이렇게 노력했는데 여명 시 다른 생각을 하면 어쩌지? ‘아 무서워.’ 라던지 ‘야동을 삭제할걸.’ 같은 생각이 앞설 수도 있다.(물론 야동은 없음)

어쨌든 그런 고통의 시간을 견디며 겨우 작업을 완료했다는 이야기.

주말이 엄청난 속도로 스쳐가고 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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