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사람들 중 가장 똑똑

동료들과 같이 한잔 하는 중이었다.

‘얼마 전에 아이패드 미니 신형 중고를 사려다가 사기를 당했어.’

프로젝트에 이슈가 생길 때마다 구세주처럼 신박하면서도 논리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친구였다.   

‘아이패드랑 펜슬, 그리고 스마트 키보드까지 모두 사십만 원에 준다고 하더라고…’

프로젝트에서는 모든 개발자를 의심하던 그였는데, 그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의심하지 않았다고? 심지어 아이패드 미니용 스마트 키보드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입금 계좌의 예금주가 ‘리방바우(엔 N페이)’ 였거든.’

친구는 네이버 페이라 안심했다는 거다. 그의 논리대로 라면 K페이는 카카오페이, A파이는 애플파이다. 게다가 예금주 이름이 리방바우라니, 이건 정말 사람 이름이라 생각하기도 힘들잖아.

‘그런데, 배송료가 이천 원이래. 다시 사십만 이천 원을 재입금을 해주면 먼저 입금 한 사십만 원을 취소해준다고 하는 거야. 거기서 조금 이상하더라고…’

그제서야 이상했다고?

‘택배비는 보통 삼천 원 이상이잖아.’

그게 이상한 게 아니잖아!

‘어쨌든, 의심이 가서 회의 중이라 조금 있다가 입금해준다고 하고는 하나은행으로 내려갔어.’

일하는 건물 일층에 하나 은행이 있다.

‘그 사람 통장이 하나은행 꺼였거든. 은행 담당자한테 물어보니 그 계좌를 조회해주더라고. 그런데, 그 통장에 실시간으로 계속 사십만 원, 사십만 원… 이렇게 계속 입금이 되고 있다는 거야.’

사기꾼이 돈 버는 것을 실시간으로 확인한 최초의 피해자였을 것이다.

‘하지만, 수상한 계좌인 것을 알아도 경찰서에서 뭔가 받아오기 전에는 그 계좌를 막을 수 없대. 그래서 경찰서에 가려다가, 궁금한 것 하나를 더 물어봤어.’

그 상황에서 뭐가 궁금했을까?

계속 입금되고 있는 금액 중에 사십만 이천 원도 있는지 물어봤어.

아… 나보다 더 한심한 사람이 있는지 알고 싶었구나.

‘있더라고.’

하며 그 친구는 밝게 웃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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