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8-24 일기

월요일을 특별히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정말 피곤했다. 우선 어제 제대로 잠을 못 잤다. 그 덕에 로비에서 내 자리까지 오는 동안 절반은 눈을 감고 있었지. 자리에 앉자마자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들이 메신저로, 메일로 전달되었고, 이내 회의도 두 개나 잡혔다. 심지어 지난 금요일에 ‘월요일에 해야지’했던 일도 있었다. 졸리지만 않았어도 이런 상황 아래에서 우선순위별로 하나하나 격파해 나가는 걸 즐겼을 텐데, 오늘은 정말 너어무 졸렸다. 어쨌든 평소처럼 성실하게 모두 완료해내고 보니 오후 네시 반. 이제 프로젝트 건물로 건너가 볼까?

지난주에 내 에이전트 설계서가 납득이 안 간다며 자신만의 캐스캐이딩 알고리즘으로 대체하자고 우기던 개발자를 만나야 한다. 내가 웬만하면 칭찬해 주고 설득하는 성격인데 요즘엔 그게 잘 안 된다. 누군가를 설득하는 게 너무 귀찮음. 그래서 네가 옳다고 생각해도 우선 네 생각 다 지우고 설계대로 개발하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리고는 씩씩거리는 그를 뒤로하고 회의실을 나와 버렸지. 그날 새벽 두 시 즈음이었을 거다. 그에게서 메일이 온 것이 말이다.

‘빛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어둠도 있네요.’

그게 궁금해 죽겠어서 건물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존심에 두 시까지 잠도 못 자고 코드를 썼을 개발자가 너무 귀엽기도 했다.(귀여울 나이는 아니긴 함)


아침 이후로 처음 나가본 바깥은 다시 여름이 가득했다. 지난주만 해도 드문드문 내리는 비에 서로 ‘올여름 나느라 고생했다’인사하는 사람들도 봤는데, 이렇게 거짓말처럼 다시 여름이라고? 그런데 그게 그렇게 싫지는 않았다. 지난주 계속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꽤나 지겨웠던 모양이다. 사거리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잠깐 받은 햇살에 몸이 노곤해진다.

‘보나 마나 잘 작동하는 모습에서 빛을 보았겠지. 그대로는 자존심 상할 테니 별것 아닌 어둠 하나 준비해 뒀을 테고…’

그 어둠에 놀라는 척해줘야지. 그건 그렇고 너무 졸린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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