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나만의 랭킹

올해는 코로나 덕에 별로 한 것도 없이 지루하게 지나가버린 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래도 코로나를 처음 대했던 작년과는 달리 그 안에서 어떻게든 사람답게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긴 한 것 같지만, 여전히 대면과 몸 쓰기는 최소화했던 올해 나만의 랭킹을 한번 추려볼까요? 모든 랭킹이 철저히 주관적이라는 걸 먼저 말해두고…

1. 올해의 노래: 오마이걸의 ‘던던댄스’

올해의 노래는 멜론 통계수치가 제시하듯 ‘던던댄스’였네요. 상반기를 거의 ‘나는 전설이다’의 레빌처럼 지내며, 긴 코로나 터널을 이 곡으로 버텼던 것을 인정합니다. 아마 한 번쯤은 그녀들의 날것 그대로의 텐션을 방송이나 유튜브 클립을 통해 접하신 적이 있을 텐데, 거기서 멈추지 말고 그 레이어 밑으로 한번 더 파고 들어가 보세요. 분명히 오미크론의 충격도 견뎌내실 수 있을 겁니다.(헤어 나오는데 육 개월 걸렸음)

2. 올해의 뮤지션: 로제

로제는 걸그룹 멤버이기 이전에 자신만의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뮤지션이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도 음색이 너무 좋죠? 연습생 때 곡들을 들어보면 창법이 지금과는 많이 다른데, 그건 스스로 황금비를 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증거일 겁니다. 음색이라면 만만치 않은 다른 음악가들도 많지만, 로제의 ‘Read My Mind’ – 바라던 바다 클립 – 분위기를 누가 이겨요? 

3. 올해의 컴백: 아바 ABBA의 ‘Voyage’

40년 만의 컴백이라면 올해의 컴백뿐 아니라 세기의 컴백이라 해도 손색이 없겠죠? 70년대의 감성을 그대로 담고 있는 그들의 신곡, ‘When you dance with me’는 청중을 대중문화의 르네상스 시대로 스윽 타임워프 시켜줍니다. 내년에 기획되어있는 그들의 아바타 공연, ABBA Voyage를 꼭 런던에 가서 관람하고 싶네요. 빌어먹을 코로나.  

4. 올해의 재발견: 브라이언 아담스 Bryan Adams의 ‘Cloud Number Nine’

올해 어느 날, 뒤적거리던 타인의 큐레이팅 플레이리스트에서 우연히 다시 듣게 된 곡.  ‘Cloud Number Nine’ 원곡은 브라이언 아담스의 8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On Day Line Today’의 세 번째 싱글 커트 곡이에요. 하지만, 청명한 원곡보다 그의 앤솔로지 앨범(2005)에 추가된 – 비트가 매력적인 – ‘치케인 믹스 Chicane Mix’를 추천합니다. 새벽에 이곡을 들으며 집을 나서면 세상의 주인이 된 것 같다니까요.

5. 올해의 음악 예능: 슈퍼밴드 2

카우치 사건 이후, 메인스트림에서 자취를 감춰버린 록음악의 화려할 부활을 꿈꾸게 해 주었던 예능이었죠. 국내 하이앤드급 슈퍼 세션 및 플레이어들의 화려한 크로스 워크를 꿈꾸듯이 감상할 수 있었네요. 단점이 하나 있다면, 이 프로를 보면 귀가 높아져서 다른 음악 예능을 못 본다는 거? 재능 있는 수많은 뮤지션들이 음악만으로도 편하게 먹고살 수 있는 세상이 오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6. 올해의 드라마: 쿠팡 플레이의 ‘어느 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올해의 랭킹에 넷플릭스의 ‘지옥’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 드라마 1편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죠. 요즘 로켓와우 멤버십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마음만 먹으면 다음날 새벽 문 앞에서 만나볼 수 있는 밀라 마스카포네 치즈와 바로 이 드라마입니다.

7. 올해의 묘한 드라마: 지리산

매번 본방사수를 하긴 했지만, 보면서 딴짓을 엄청 했네요. 다 보고 난 지금도 재미있었던 건지, 그냥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는 거. 태어나서 이런 드라마는 처음이라 기록에 남겨둘라고…

8. 올해의 배우: 황세온

올해의 드라마가 ‘어느 날’이 된 이유가 – 1편에만 나오는 – 황세온 때문이라면, 제 올해의 드라마를 신뢰하지 않으실 건가요? 네 네, 물론 그것만은 아니죠!

9. 올해의 영화: 소울

올해 영화관에 가서 본 영화들을 나열해보자면, ‘소울’, ‘고질라 VS 콩’, ‘분노의 질주’, ‘싱크홀’, ‘007 노타임 투 다이’, ‘모가디슈’, ‘장르만 로맨스’가 되겠네요. 목숨이 아깝지 않았던 건가? 물론 주말 조조로 혼자 살짝 보고 왔습니다만… 어쨌든, 인류의 결론 없는 철학적 술안주제인 ‘삶의 이유’에 대해 나름대로의 메시지를 전달해줬던, 그래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조금은 다시 고민해보게 해 줬던 ‘소울’이 올해 저의 베스트 영화였어요.

10. 올해의 책: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올해는 책을 많이 못 읽었던 것 같아 반성하면서, 테드 창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은 김초엽의 단편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올해의 책으로 추천하고 싶네요. 모드 쥘리앵의 ‘완벽한 아이’를 옆에 두고 살짝 고민하긴 했지만…

11. 올해의 예능 빌런: ‘나는 SOLO’ 4기, 영철

친구들의 소개로 우연히 보게 된 연애 예능인데, 저 출연자 때문에 끝까지 볼 수가 없었다는 거죠. 옆에 있다면 그냥 옆구리를 니킥으로 찍어버리고 싶을 정도인데, 특전사 출신이라 실제로는 불가능.

12. 올해의 카톡 이모티콘: 오늘의 짤 #짤기로운 일상생활(이름이 뭐 이래?)

그중에서도 이거(광고 아님)

13. 올해의 이벤트: MS 윈도우 11 무료 업그레이드

매번 윈도우 업그레이드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Microsoft는 참 대인배예요. 윈도우 10 업그레이드 때는 불법 윈도우까지 다 정품으로 업그레이드해줬던 기억이 납니다. 오피스 클라우드 전환으로 절대 망할 일 없는 기업이니 뭐…

14. 올해의 제품: 시놀로지 나스

관심 없는 사람들은 전혀 뭔지 모를 것 같은 제품으로, 기본 기능은 네트워크 파일 저장소지만 신제품은 도커 Docker 까지 올릴 수 있다니까요? 여기까지. 

15. 올해의 대 사기 마케팅 용어: 메타버스 

테크놀로지 용어라고 하기도 애매하죠. 빅데이터, 애자일 이후 오랜만에 인더스트리를 흔드는 속 빈 강정. 물론 뭔가가 전혀 없는 용어들은 아닙니다만, 아무것도 없이 타이틀만 가지고 대단한 게 있는 것처럼 왔다 갔다 하는 밴더들이 꼴 보기 싫어서. 

16. 올해의 마케팅 용어: 그로스 해킹

올해 나온 것도 아주 새로운 것도 아니지만,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숙지했으면 해서 채택. 적은 비용으로 가장 효과적인 성과를 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라이언 홀리데이의 동명 서적을 추천합니다.(책도 엄청 짧음)

17. 올해의 테크놀로지: NFT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R3가 만들어진지도 8년 차가 됐습니다만 이 기술 관련 특별한 성과는 거의 없었죠. 해당 프레임웍으로 가치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아이템은 NFT가 거의 처음이라고 생각. 

18. 올해의 게임: 13기병방위권

세기말 아포칼립스와 현대를 왔다 갔다 하는 서사와 스토리의 구성이 끝내 줍니다. 물론 멋진 일러스트도 힘껏 거들고요. 개인적으로 주인공 여럿인 콘텐츠를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인데도 올해의 콘텐츠에 떠오른 걸 보면 꽤 인상 깊었나 봐요.(하지만, 아직 못 끝냄)

19. 올해의 SNS 활용: 당근마켓

친구가 집에 등장한 바퀴벌레를 잡아줄 사람을 당근마켓에서 구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악했네요. 으악!

20. 올해의 ‘사랑해요’: 헤이즈의 킬링벌스 클립

헤이즈가 유튜브의 킬링벌스 클립에서 자신의 히트곡들을 부르다가 갑자기 사랑은 말로 표현해야 한다며 난데없이 던졌죠. ‘사랑해요’ 하고. (참고로 2016년의 ‘사랑해요’는 김고은이 드라마 ‘도깨비’에서 갑자기 공유에게 던졌던 뜬금없는, 그리고 천진난만했던 ‘사랑해요’ – 다들 아실 듯…)

21. 올해의 유투버: 달빛부부

유명한 배우들의 연대기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유투버인데, 내용이 알차서 각 클립이 꽤 길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돼요. 그리고, 마지막에 늘 영상 제작이 너무 힘들었다고 잔잔하게 구독과 좋아요를 부탁하는 게 늘 짠하면서도 너무 웃김. 

22. 올해의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제기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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