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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니 어둑어둑했던 하늘이 밝아지고 있다. 꽤 늦게 일어났나 보다. 침대에서 일어나 보니 창문 주변이 한기로 가득했다. 이곳의 창문은 찬 바람을 막지 못한다. 따뜻한 지역의 창문은 벽의 구멍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니까. 언제나처럼 창문을 열어 얼음처럼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고 있는데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곳은 여름에는 거의 비가 오지 않기 때문에 흔한 상황은 아니다. 나는 세일 때 사놓고 한 번도 앉지 않았던 해먹 의자에 앉아 한참 동안 바깥을 구경한다.
그렇게 랜덤 플레이리스트에 귀를 기울이며 창밖을 내다본다. ‘It’s a pity to say goodnight’가 흘러나오면 리듬에 맞춰 고개를 흔들어 주고, ‘Homegrown’이 흘러나오면 드럼 비트에 어깨를 들썩들썩 움직인다. 박자 감각이 좋기 때문에 그 정도는 어려운 일도 아니다.
오늘은 휴일이니 조금은 이러고 있어도 돼
비가 오니 빨래는 건너뛰어도 될 것 같았다. 하고 싶어지면 늦장 부리다가 늦게 일어났을 때처럼 살짝 서두르면 된다. 방법은 다 있다. 그렇게 마음 놓고 조금 더 멍 때리고 있는데 Savina & Drones의 ‘Where are you’가 흘러나왔다.
최민영의 목소리에 해는 다시 지구 반대편으로 떨어질 것 같고, 비는 세상 끝까지 내릴 것 같고, 시간은 다시 자정으로 달려갈 것만 같다.
나는 다시 천천히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