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엮다

‘배를 엮다’라는 영화가 있어요. 국내에는 ‘행복한 사전’으로 소개되었습니다만. 책이 더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우연히 집에서 뒹굴뒹굴하다가 영화부터 먼저 보게 되었죠.(사는 게 참 계획대로 안 돼요. 그렇죠?) 어쨌든, 구성은 전형적인 일본 드라마식 – 특별한 위기도 없고, 못된 놈도 등장하지 않으며, 등장인물끼리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으로, 감상하다가 갑자기 분노하게 되거나 깜짝 놀랄 일 없이 에세이 읽듯 잔잔하게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마지메(마쓰다 류헤이 분)는 인텔리지만 사람과의 소통에 서투른 인물입니다. 출판사에 근무하는 그가 사전편집부로 이동하여 사전을 편찬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고 사랑도 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줄거리의 전부이긴 하지만, 나름 사전을 만들어가는 일의 디테일이 흥미롭고 카쿠야(미야자키 아오이 분)의 미소가 귀여워서 러닝타임 두 시간 십삼 분이 훌쩍 지나가버렸어요.

영화를 보고 나면 ‘이런 장인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디테일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구나.’ 하며 감탄하게 되지만, 사전 편찬 작업만큼은 선택하고 싶지 않게 되어 버렸습니다. 저는 디테일에 감탄하며 살아가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그런데, 감상 중간중간 카쿠야가 만든 요리들이 너무 먹고 싶어 지는 건 배가 고플 때 봐서일까요? 

연휴가 다 지나가 버려서 허무한 당신께 추천해드리고 싶은 영화, ‘배를 엮다’입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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