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가 만들어지는 과정

나는 애견 미용사였다

내 앞에는 털이 심하게 길어 질질 끌리는 말티즈가 놓여 있었는데 언뜻 보면 마치 손잡이가 떨어져 나간 대걸레 같았다. 긴장하는 정도를 보면 실전은 처음일 것이다. 눈앞의 강아지는 가위도 들지 않았는데 고개를 흔들다가 혀를 내밀기도 하고, 하여간 산만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긴장을 풀기 위해 마음속으로 잘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응원했다. 스스로를 응원하다니 뭔가 조금 쑥스럽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나는 인터넷에서 본 가장 귀여운 말티즈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며 천천히 가위를 놀렸다. 하지만 털이 가늘어 생각만큼 싹둑싹둑 잘리지 않아 진땀이 났다.

‘역시 첫 시도는 털이 뻣뻣한 부비에 데 플랑드르였어야 했어….’

딴생각을 하다가 복실 해야 하는 입 주변의 털에 가위를 댈 뻔하고 만 나!

안돼요!

옆에서 지켜보시던 사장님이 갑자기 내게 소리쳤고, 나는 깜짝 놀라 가위질을 멈추고 말았다. 잘못하면 한두 달 동안은 회생 불가능한 가위질을 할 뻔한 것이다. 순간 등의 모든 모공에서 식은땀이 솟았다.

“아 정말. 좀 더 ‘섬섹하게’ 못해요?”

“…… 사장님 그게 무슨 뜻인가요?”

“어머. 그걸 몰라? ‘섬세하고 섹시하게’ 아니에요!”

(그…. 그런게 어딨어…?)


그러다가 잠에서 깼다. 이게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지는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니겠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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