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매일 지나다니는 곳에 새로운 스타벅스 매장이 오픈 준비를 하고 있다

일주일 전만 해도 회칠된 벽 앞쪽으로 텅 빈 공간뿐이었는데, 오늘 보니 테이블도 들어와 있고 포스와 에스프레소 머신도 가장 적절한 위치에 얌전히 놓여있다. 인테리어도 대부분 완료되어 있어 군데군데 테이블 위에 아직 풀지 않은 짐들만 없다면, 모르는 사람들은 문을 열고 들어가 커피를 주문할지도 모른다.

포스 앞쪽의 큰 테이블에 점장과 바리스타쯤 되어 보이는 여자 두 분이 앉아 깔깔거리면서 슬리브나 컵들을 분류하고 있는데, 조명이 달달해서 그런 건지, 시작하는 느낌이 물씬 풍겨서 그런 건지 아늑하고 따뜻하고 행복해 보였다. 
아마 내일이 매장을 오픈하는 첫날일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내일 아침 두 사람이 다시 들어서면 이곳은

준비에서 시작으로,
교장에서 전장으로,
unplugged에서 plugged 상태로.

눈 비비며 들어올 첫 손님부터 마감 직전까지 매장을 채우고 있을 손님들까지 차곡차곡 맞이하는 공간이 되어 버리겠지. 오늘 준비를 마치고 매장을 나서면 저들은 내일에 대한 기대, 오늘까지의 수고에 대한 충일감, 새로운 시작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장 길고도 짧은 밤을 보내게 될 거다.

시작이라는 건 아직 그 결과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더 가슴 두근거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일 이곳의 첫 손님이 될 생각을 하니 나도 가슴이 뛰었다.

‘Good Luck!’

마음속으로 그녀들에게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늦잠을 자서 첫 손님은 물 건너가버렸다는 이야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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