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룸펜 프롤레타리아

오랜만에 뉴요커 사이트에서 공감이 가는 기사를 보게 되어 공유를 하려 한다. 그 기사는 Kyle Chayka라는 뉴요커 스텝의 ‘Will A.I. Trap You in the “Permanent Underclass”?’였는데, 인공지능에 의해 인류는 대부분 ‘룸펜 프롤레타리아 lumpenproletariat’가 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룸펜 프롤레타리아는 칼 마르크스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시장 밖으로 내던져진 – 프롤레타리아보다 더 아래에 놓인 – 유랑무산계급의 일원이다. 요즘 온라인에서는 이를 ‘영구적 하층 permanent underclass’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실리콘밸리의 일부 사람들은 머지않아 인류의 대다수가 이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기사에서는 이런 영구적 하층에 머무르고 싶지 않다면 팟캐스트를 시작하던가 슬랍 slop(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저품질 콘텐츠)이라도 제작하라고 하는데, 현 상황에서 인류의 고용가능성 마감시한을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 솔루션이라기보다는 인공지능에 익숙해지기 위해 뭐라도 하라는 조언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오픈 A.I의 연구원인 레오폴드 아셴브레너는 자신의 에세이에서 2027년이면 A.I가 인간의 능력에 도달하거나 초과할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는데, 사실 지금 시점에서도 A.I가 대다수의 인간들보다 더 높은 업무생산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2027년 혹은 그 근처가 되면 A.I는 기획의 주체, 생산의 마스터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생각하는데, 기계에 의한 인간 지배를 단지 물리적인 힘으로 억압당하는 것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개인적으로 ‘인간이 A.I를 활용하는 시기(현재)’에서 ‘A.I가 주체가 되어 인간을 운용하는 시기’로 진입하고, 어느 시기가 되면 ‘생산에 인간이 필요 없게 되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단계별 진입 리드타임이 수십 년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기사에서는 서브스택’ 출신 테크 칼럼니스트인 자스민 선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인류 양극화 공포가 시작되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많은 테크 노동자들이 정말 고전하며 일반적인 급여조차 못 받는 반면, 일부는 이전에 본 적 없는 급여를 챙기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생각이 있는 기업이라면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고액연봉을 주며 아직 뭣도 모르는 신입사원을 들이는 것이, 월 이만 원 구독비용을 지불하는 생성형 서비스보다 효율적인지 말이다.

현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이런 구조를 이해하며 인간을 위한 ‘트랜지션 컨트롤 프레임웍(제도)’을 설계하는 일일 테지만, 모든 정부는 그런 일을 하기엔 역량 부족이다. 기술을 이해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이 사회에 끼칠 영향을 고려하며 점진적으로 문화에 융합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정부는 점점 국민을 보호할 능력을 상실하게 되고, 그 역할은 일부 선진 테크기업에게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업이 과연 그런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을까? 선의 이야기 행간에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존재한다.

실리콘밸리의 엘리트들은 경제적 함의를 고민하고 있지 않으며, 부의 재분배나 기본소득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지 않다

기사에서 처럼 룸펜 프롤레타리아는 결국 프롤레타리아 혁명에 동참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자본이 결여된 집단의 움직임은, 그 주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는 것 이상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 그건 역사를 봐도 자명하다. 사실 과거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은 이 변화의 고갱이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다는 것일 거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의 침략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코카콜라의 레시피를 들고 있는 두 명과 그 아래 움직이는 노동자/소비자의 구도가 펼쳐질 미래를, 과연 인류는 벗어날 수 있을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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